방랑, 파도 ㅣ 트리플 35
이서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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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 서른다섯 번째 소설, 이서아 작가의 『방랑, 파도』.


『방랑, 파도』는 한 바닷가 마을에 살고 있는 여섯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연작 소설이다.


“아주 많은 생의 역사로 이루어진”(p. 15) 바닷가 마을의 이야기는 '나'에서부터, '지애', '지환', '혜란'을 거쳐, '향자', '미자'로 이어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더욱 깊은 시간대로 들어가게 된다.


그래서였을까, 책을 다 마치고 나면 생애 주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든다. 청년, 중년, 노년의 삶. 그리고 이러한 인간의 생애 주기는 한마을의 생의 주기와도 같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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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속 인물들은 '죄책감'이라는 공통점으로 연결되어 있다. 그리고 그들은 서로를 통해 조금이나마 그 무게를 내려놓는 시간을 갖는다.


우리 모두 그런 삶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어떠한 죄책감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서로를 통해 무게를 나누며 살아가는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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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인물들의 현재와 과거를 오가며 인물들의 연대기, 마을의 연대기를 보는 듯하다. 소설을 읽어나가면서 인물들 간의 관련성을 찾게 되는 재미가 쏠쏠하다.


향자 할머니의 이야기까지 읽고, 다시 앞선 '나'의 이야기로 돌아가 재독하는 것을 추천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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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서핑의 룰은 (어쩌면) 간단하다. 파도가 오면, 타는 것이다. 보드를 쥔 채 망망대해를 바라보다가 아, 온다 싶을 때 미끄러지듯 보드 위로 올라탄 다음 일어서는 것이다. 그리고 균형을 잡고 파도를 타는 것이다. 타는 순간에 이론을 생각하면 오히려 넘어진다. 이론을 머릿속에 녹여두고, 파도가 올 때 그냥 타면 된다. 그런데도 보드 위에 나는 자꾸만 이론을 생각했다. 그리고 자꾸만 옆으로 넘어졌다. - P14

그건 마치 생의 속도 같았다.
부는 바람에 긴 치마폭이 흔들리는 것, 구름이 바다 위를 지나가는 것, 해초가 비밀스럽게 흔들리는 것, 모래가 바닷물에 적셔드는 것, 우리가 늙어가는 것.
어떤 건 몹시 느리고 어떤 건 몹시 빠르다고 향자는 생각했다. - P99

아무래도 생은 단계별로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닌 듯하다. 슬픔이나 울분이나 딱히 어떻게든 홀가분하게 졸업할 수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그러니까 생이란 건 차곡차곡, 한 줄기의 명확한 계단처럼, 혹은 일자로 죽 이어지는 트랙의 형태가 아닌 것 같다는 말이다. - P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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