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 땀 소설향 앤솔러지 1
김화진 외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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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과 향'이라는 주제로 묶인 앤솔러지,

『초록 땀』.


텍스트로 되어 있는 작품들을 읽으면서

감각적인 경험을 동시에 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글을 통해 색이 보이고,

향이 맡아지는 느낌이랄까.


소설의 장면들이

자연스럽게 그려지는 것과는

또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다.


*

숨 문제가 있는 '나'와

초록 땀을 흘리는 '보영'의 이야기.

김화진, 「초록 땀」.


치앙마이 여행에서

'낯섦'을 느끼는 '나'

문진영, 「나쁜 여행」.


두 가지 색으로 나뉜 세상에서

'빛'을 찾아가는 '나'의 이야기가 담긴

이서수, 「빛과 빗금」.


어느 날 갑자기 집에서 나기 시작한

알 수 없는 냄새의 원인을 찾는 '해오'와 '우진'.

공현진, 「이사」.


그날 이후 색깔을 잃어버린 사람들.

하지만 잃어버린 색깔이 어떤 건지

아는 사람은 없다.

김희선, 「뮤른을 찾아서」.


"모든 것이 어제와 동일한 채로,

너만 삭제되어 있다."

김사과, 「전기도시에서는 홍차향이 난다」.


*

앤솔러지는 참 매력적이다.

같은 주제를 가지고도

이렇게나 다양한 글들을

만나볼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나라면 이 주제로

어떤 내용의 글을 써볼 수 있을지 하는

생각도 해보게 한다.


+ 

김화진 작가님 글은

언제 어디서 만나도 참 좋구나...🫶🏼

작가님의 모든 글을 흡수해버리고 싶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사람이 싫다. 어떡하면 좋을까? 함부로 말하는 사람들, 함부로 말하지 않으려고 쓸데없는 걱정을 사서 하는 사람들, 전부 싫어. 어떡하면 좋을까? 생각을 모조리 지워버리고 싶어. 눈치 보고 싶지 않아. 그럴 수 있을까? 편안한 마음으로 살 수 있을까? - P12

사람들은 생각보다 사람이 하는 말을 너무 믿어요. 믿음은 오히려 이상할 때가 있어요. 하지 않는 말까지 만들어서 믿어요. 저는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는데도요. - P27

사람들이 가장 원하는 건 누군가의 마음, 혹은 누군가가 내 마음처럼 마음을 먹는 일이라고 했다. 맡겨놓은 것처럼. 마치 맡겨놓았는데 그쪽이 깜빡해서 되돌려 받지 못한 것처럼. 그래서 너무 화가 나거나 슬프고 배신감이 들어서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 P27

저는 숨 쉬는 법을 까먹었어요.
그런 말을 하고 싶었다. 아무에게나 말하고 싶던 것은 아니고 내 말이 안전하게 도착할 장소에, 그런 장소가 될 사람에게 하고 싶었다. - P38

나는 깃발의 형태만 만들어놓고 그 안에 아무런 문구도 쓰지 못했다. 어떤 사람인지, 무얼 추구하는지 말해야 하는 순간마다 누군가에게 선을 긋는 기분이 드는 고질병 때문이었다. - P124

빛은…… 빛은 단순한 밝음이 아니야. 입자나 파동, 광선으로만 설명할 수 있는 게 아니야. 식상하지만 사랑과 온기라 표현할 수 있고, 식상하다고 말하는 사람을 노려보면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들의 온기라고 말할 수도 있어. 그리고 그에 대한 모든 기억이라고도. 색을 보기 위해 필요한 게 아니라 사랑과 온기와 기억을 지키고 깨닫기 위해 필요한 것이라고. 그러나 그걸 우리는 자주 잊잖아. - P128

누군가가 블랙홀을 통과해서 화이트홀로 나온다면, 그때 그 존재는 이전과 완전히 같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아니, 그 전에 먼저, ‘같다‘라는 건 도대체 무엇을 의미할까요? 우리가 같다고 생각하는 것? 아니면 정말로 같은 것? 같지 않은데도 같다고 믿으면 같은 건가요? 혹은 같은데도 같지 않다고 믿는 경우는요? 또는, 이런 식의 접근은 어떻습니까? 세계는 우리가 믿는 대로 보이는 건지, 아니면 고유의 모습을 지니고 있어서 우리가 그걸 그저 보기만 하는 건지. 이 중에서 무엇이 진실에 가장 가까울까요? - P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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