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개의 푸른 돌
은모든 지음 / 안온북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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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친구였던 루미, 현, 반희.

"유년을 빼앗긴" 채 자라난 그들은

어른이 되어 다시 한번 이어진다.

 

"다른 사람들의 존재가

얼마나 밝은 빛을 띠는 것인지,

아무도 없다는 말이

얼마나 눈앞을 캄캄하게 만드는 것인지"(p.266)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세 친구들의 이야기.



*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게 해줄

그런 존재가 곁에 있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

그리고 나도

누군가에겐 그런 존재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혹시나 그렇지 않다면,

앞으로는 단 한 사람에게라도

그런 존재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

심청이를 닮은 루미와

가믄장애기를 닮은 현.

강릉 단오제에서

제주의 무속 신화 <가믄장애기>를

바탕으로 한 공연을 보고

"이토록 다른 두 사람이

함께 시간을 보낼 수 있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하는 기대감"(작가의 말)에서

소설을 쓰기 시작하셨다는 게 놀라웠다.

다만,

글이 매끄럽게 읽히지 않는 느낌은 좀 아쉽다.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어떻게 해야 되는지 루미 너도 알잖아. 아니야? 알잖아. 방법을 모르는 게 아니잖아. 아직까지 시도를 안 해본 것뿐이지."
- P126

문득 현은 이 하얀 꽃의 향기를 채집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풍선 안에 귤꽃 향을 가득 채워 넣고 한 상자쯤 간직해두었다가 또다시 원인을 알지 못하는 불안감이 몸과 마음을 침투하려 할 때마다 하나씩 터뜨려볼 수 있다면. 그러면 향긋한 봄 내음에 잠시나마 숨 쉬는 일이 수월해지리라고. - P198

어떤 기억은 지나치게 강력해서 휘발되어버리고, 또 어떤 기억은 설마 그런 일이 정말 나한테 있었던 것일까 믿기지가 않아서 거듭 떠올리는 사이에 불투명해져버린다. 탁해진 기억 위로 덮개를 덮어두고 거들떠보지 않으려 애쓰는 사이에 부옇게 먼지까지 쌓이고 나면 확신할 수 있는 건은 더 적어져만 간다. - P201

반희는 두 가지 사실을 분명히 알 수 있었다. 한 가지는 살다 보면 언제든 깊은 구렁텅이에 몸과 마음이 처박힐 수 있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 안에 처박힌 이에게 주변에서 위로랍시고 전하는 말들은 고작 몇 마디 곡조가 끝없이 재생되는 싸구려 오르골에서 흘러나오는 노랫소리처럼 지긋지긋한 반복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 P234

어쩌면 자신은 한동안 잔잔한 바다에서 둥실둥실 떠다니는 수초처럼 살아온 것만 같았다. 그렇게밖에는 살아갈 수밖에 없는 시간을 지나온 것이다. 그러나 작은언니가 염려하는 것처럼 언제까지나 얕은 물 위를 흘러 다니기만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다 다시 거대한 파도가 연달아 밀어닥치면 감당 못 할 곳까지 떠밀려날 테니까. - P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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