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주의 인사 소설, 향
장은진 지음 / 작가정신 / 2025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

동하 씨, 냉장고를 부탁해. 화분도. -세주



퇴근하고 집에 돌아온 '동하'는

출근 전에만 해도 없었던 빨간 냉장고와 화분을 마주한다. '세주'는 헤어진 여자 친구였다. 



세주가 술장고로 썼던 냉장고엔

술 대신 책이 들어 있었다. 

헤어진 전 여친의 행동에 의문이 생긴 동하는 

세주의 친구들에게 연락을 한다. 

연락된 세주의 친구도 

세주가 집 앞에 물건을 두고 갔다고 했다. 



동하는 그렇게 세주의 빨간 냉장고, 

그리고 화분과 함께 여름휴가를 맞게 된다.


*

헤어진 커플의 이야기인가 싶지만,

'서로를 통해 회복과 연대의 의미를 알'(p.127)아 가는

청년들의 이야기이다.



알아야 할 땐 서로에 대해 잘 몰랐고

어쩌면 몰라도 될 때,

그래서 마음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을 때

서로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그들의 앞날을 오래오래 응원하고 싶다. 



'ㅁ'으로 시작되던 뒤늦게 이어진 그들의 대화가

앞으로도 #무수히이어지길



*

오랜만에 전부 내 것으로 만들고 싶은 책이었다.

처음부터 끝까지,

그리고 추천사와 작가의 말까지 완벽했다.

책을 읽어 나갈수록

나도 이런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깊어졌다.



한없이 다정한 글이었다.

읽는 내내 따뜻한 온기가 맴돌았다.

글의 내용이 마냥 밝지는 않지만,

작가님의 다정하고 따스한 문장들이

주인공들의 아픔을 품어주는 듯했다.

작가님은 아마도,

아니 분명 다정한 사람일 거다.



p.s. 이 책을 세주의 빨간 냉장고 속에서 꺼내 읽는다면

아마도 갓 구운 카스테라처럼

폭신폭신하고 부드러운 책일 것이다.



#마음속에오래오래간직하고싶은


*

본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밤은 낮에 꾹 감고 있던 창문들이 눈을 뜨는 시간이었다. 노랗게 눈 뜬 창문이 하나둘 늘어가면 누군가 저기 있구나 싶어서 괜히 그 눈을 오래 쳐다보게 되었다. 쳐다만 봤을 뿐인데 종종 그 눈은 내게 질문을 던졌다. 질문에 대한 답을 찾다 보면 생각지도 못했던 문제가 쉽게 풀릴 때가 있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빚과 창문의 시간인 밤에라도 삶의 무게를 덜어보려 노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근데 그 ‘언제부턴가‘가 언제였을까. - P13

비록 가게를 정리하긴 했지만 일 년 동안 식물 상점을 운영했으면 세주는 꿈을 이뤘다고 할 수 있을까, 실패했다고 봐야 할까. 실패했다면, 실패한 꿈이란 결국 저 텅 빈 가게처럼 아무것도 남은 게 없는 것인가. 남은 게 신문 조각 같은 쓰레기뿐이라도 남았다고 할 수 있나. - P28

세계의 끝을 찾으면 머리가 하얗게 셀 때까지 거기에 머물거나 아예 돌아오지 않을 생각으로 결정한 일이었으니까. 끝에서는 더 이상 실패하지 않고 작은 꿈이라도 이룰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으니까. 결국 꿈이란 어디를 가든, 그리고 그 크기가 어떻든 살아가는 한 쉽게 포기할 수 없다는 걸 끝에 가서야 알게 되었다. - P61

세주는 떠나야만 만날 수 있는 먼 곳의 이야기를 할아버지가 왜 떠나라고 했는지 돌아와서야 비로소 알았다. 다른 삶과 미래는 먼 곳에 있는 게 아니라 그곳에서 돌아와 본래 있던 자리에서 찾아야 한다는 것이고, 멀리 떠나도 다른 건 없지만 달라지는 것은 있다는 뜻이란 걸 말이다. - P71

#모든세계의끝에는시작이있어 - P83

지나간 시절. 그러나 필요가 없어졌다는 건 충분하다는 뜻이기도 했다. - P98

밤이라 알 수 없지만 창에 그어진 검은 오선지에 투명한 음 하나가 이제 막 놓인 느낌이었다. 음이 차곡차곡 모여 음악이 되면, 그 노래가 이 창을 올려다보는 이의 삶을 견디게 해주지 않을까. - P123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