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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 개정판
가랑비메이커 지음 / 문장과장면들 / 2021년 8월
평점 :
#일상 #평범한 #사소한
키워드
평범한 우리지만,
각자의 삶에선 주인공이니까.
한 줄 평
며칠 전 우연히 자리하게 된 모임에서
너를 다시 꺼내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어.
첫 문장
문장과장면들 서포터즈 '시선들' 2차 도서로
가랑비메이커 작가의
<언젠간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을 만났다.
<언젠간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은
"평범한 사람들"과
"보통의 서사"를 이야기한다.
문장으로 장면을 그려내는 이 책은
짧은 글들과 사진이 함께 한다.
짧은 글 속 그녀의 시간 위에
나의 시간이 머물고,
필름 사진 속 그녀의 시선 위에
나의 시선이 머문다.
책 속의 짧은 글들 안에는
흘러가는 여러 날들 중 하루일 뿐인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평범함 조차 느낄 수 없는 날의
찰나의 감정과 장면들을 모아 보니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이 되어있었다.
문장 하나하나 읽어나갈 때마다
문장을 이루고 있는 글자 하나하나가
한 컷의 장면이 되어 떠오르는 듯했다.
정말 '문장과장면들'이었다.
그녀의 무언가가 맑은 하늘에 잿빛을 데려오는 것 같았다. 비가 내릴 때의 그녀는 어딘가 슬퍼 보이기도 했지만 편안해 보였다. 마치 이전의 그녀는 그녀가 아닌 것만 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그녀는 그녀로서 온전해 보였다.
p. 48
손가락으로 쿡 하고 찌르면
눈물이 주룩 흐를 것만 같은,
하지만 결코 우울한 감정은 아닌
그 특유의 감성적인 문장들은
가랑비메이커 작가님의 작품 안에서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문장 수집
언젠가 머물렀고 어느 틈에 놓쳐버린, 가랑비메이커
밖에서 많은 말을 하고 돌아왔지만 대화는 없었다고 느껴지는 날에는 마음대로 노랫말을 이어보기도 했어요.
p. 43
시간이 갈수록 짊어진 문제들 위로 한 겹 두 겹 새로운 문제들이 놓이기 시작했다. 넘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조금 더 긴 시간이 필요했다. 줄타기를 하듯 위태롭던 시간이 지나고 나니 놀랍게도 어제의 문제는 오늘의 문제를 잡아주는 역할을 하기 시작했다. 자라난 무게는 나를 더 무겁게 짓누르기도 했지만 서로에게 완충의 역할을 해주었다.
p. 52
넌 어떻게 생각해? 지금의 내가 너는 괜찮니. 나, 너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큼 제대로 가고 있는 건지 모르겠어.
p. 99
앞서거니 뒤서거니 했지만 늘 일정한 평행선을 그리며 왔던 우리가 조금씩 어긋나는 서로의 속도를 기다려 주지 못 했던 것은 작은 틈 때문이었다. 언제나 같은 곳을 보며 걸어온 우리였지만 미세하게 틀어져 버린 시선은 서로를 온전히 담아낼 수 없게 했다.
p. 111
언젠가라는 말로 쉽게 다음을 기약했던 순간들은 어쩌면 우리가 붙잡아야 했던 단 한 번의 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p. 122 / 지금이 아니면 언젠가는 없을지도 모른다. 언젠가 해야 할 것이라면, 더는 늦지 않게 지금 해보는 것은 어떨까.
같은 향을 품자고 말했으면 좋겠어.
같은 샴푸로 머릴 감고 같은 비누로 몸을 씻고
같은 섬유 유연제 향이 묻은 옷을 꺼내 입고서
마주 않아 같은 찌개를 먹으면서.
p. 135 / 너무나 로맨틱했던 청혼. 나도 그에게 이 말을 전해줘야겠다 생각했다. 같은 향을 품자고.
가끔은 전부를 꺼내어 보이지 않고도 작은 조각만으로 이해받고 싶어지는 날이 있었으니까.
p. 187
아, 이제는 아무리 늦은 걸음을 떼어도
가출이 아닌 외출이 되어버린 나이가 버거워요.
나는 여전히 어리숙하고 부족할 뿐인데
꼿꼿이 세운 등, 치켜든 턱이
나보다도 먼저 거짓말을 해요.
나는 아주 괜찮다.
나는 이제 거의 완벽한 어른이다.
p. 223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