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여사는 킬러 네오픽션 ON시리즈 7
강지영 지음 / 네오픽션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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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여사는 킬러

강지영 / 네오픽션







#흥신소 #킬러 #삶

키워드


피비린내 나는 사랑 이야기.

한 줄 평


칼을 간다.

전동 숫돌에 칼날을 들이밀고

스위치를 누르면

급수통에서 물이 나와

무딘 날을 적신다.

첫 문장

킬러.

킬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대부분 비슷할 것이다.

무표정하고 깊은 사연이 있을 것 같은 남자의 모습.

이런 킬러의 이미지를 깨준 소설이 두 편 있다.

구병모 작가의 <파과>

강지영 작가의 <심여사는 킬러>다.

<파과>킬러로서의 삶을 마무리해가는

60대 여성 킬러 '조각'을,

<심여사는 킬러>킬러로서의 삶을 새롭게 시작하는

50대 여성 킬러 '심은옥'을 이야기한다.

중년 여성 킬러라는 공통점을 가지는 두 작품은

새로운 여성 서사라는 공통점도 가지고 있다.

킬러 하면 떠오르는 기존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여성 킬러, 그중에서도 중년의 여성을 주인공으로

그려냈다는 점이 파격적이고 신선했다.


<심여사는 킬러>

"나는 심은옥이다. 올해 쉰한 살이 된 아줌마다. 과부다. 실업자다. 그리고 엄마다".(p. 9)라는

가슴에 콕 박히는 심여사의 자기소개와 함께 시작된다.

일하던 정육점의 폐업으로 실업자가 된

아줌마, 과부, 엄마인 '심여사'는

생활정보지를 보며 새 일자리를 찾는다.

유일하게 조건이 맞았던 '스마일'을 찾아간다.

'스마일 흥신소'에서 면접을 본 심여사는

사장 박태상에게 예상치 못한 제안을 받는다.

"킬러가 되어주세요".(p. 18)


<심여사는 킬러>

중년 여성 킬러 '심은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옴니버스 소설이다.

*옴니버스 : 영화나 연극의 한 형식. 하나의 주제를 중심으로 몇 개의 독립된 짧은 이야기를 늘어놓아 한 편의 작품으로 만든다.

소설 속 인물 모두가 주인공

옴니버스 소설을 읽을 때면

나도 덩달아 주인공이 되는 기분이 든다.

옴니버스 소설을 좋아하는 큰 이유다.

"사장이 되고 싶었"(p. 39)던 스마일 흥신소 사장 박태상.

"심여사가 나타나기 전까지만 해도"(p. 170) 스마일 흥신소의 에이스였던 최준기.

심여사의 아들 김진섭, 딸 김진아.

심은옥이 첫사랑이었던, 해피 흥신소 사장 나한철.

결국, 사랑이었다.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사랑.

내가 느낀 <심여사는 킬러>는 사랑 이야기였다.

사랑을 위해 모든 걸 할 수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처음엔 시트콤 같은 느낌이 들었다.

가벼운 블랙코미디 같달까.

하지만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인물들이 짊어진 삶의 무게에 압도당했다.


사회적 약자들과 사회적 문제들을

유쾌한 문장과 인물들 사이에

겉돌지 않게 잘 녹여놓은 작품이었다.

스릴러 소설답게 흡입력도 대단했다.

한 명 한 명의 인물들이 어떻게 엮여 있을지

그 관계에 대한 궁금증을 품어가다 보니,

어느덧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고 있었다.

예상치 못한 결말까지 완벽했다.


문장 수집

심여사는 킬러, 강지영


대체로 나는 울어야 할 때 웃으며 살아왔던 것 같다.

p. 11-12

킬러는 처음부터 끝까지 혼자다. 중간에 칼을 바꿀 수도 없고, 손이 모자란다고 동료를 끌어들일 수도 없다. 오직 단 한 번의 기회에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면 나락이다.

p. 25

범죄자의 상당수는 배가 고픈 자들이고, 그들의 열패감이 악의 씨를 싹틔웠다. 악의 씨가 간혹 부자들의 주머니에 흘러 들어갈 때도 있지만 뿌리를 내리는 일은 결코 쉽지 않았다. 부자들은 보통 여러 벌의 외투를 가지고 있고 한 번 입은 옷은 반드시 드라이클리닝을 했으므로 악의 씨앗은 자연히 더 가난하고 배고픈 자들의 꿉꿉한 주머니를 찾아가 움틀 수밖에 없었다.

p. 40

그건 단추를 잘못 끼워 어긋나버린 셔츠를 고집스레 입기 위해 끝없이 새로운 단추를 다는 일처럼 무모한 체벌이었다.

p. 219

그런데 생각 외로 죽음은 두려운 미래였다. '더 이상'이란 게 남아 있지 않은, 구멍 난 주머니 같은 것이었다.

p. 305

왜 이리 꼰대 같은 소리가 튀어나온 건지. 솔직히 잘 모르겠다. 시집도 가고 자식도 낳은 내가 어른이고 사람인지. 확신할 수 없는 말들이었다.

p. 326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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