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브 몬스터
이두온 지음 / 창비 / 2023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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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실종 #추리

키워드


밑 빠진 독에 사랑 붓기.

            한 줄 평




창비 스위치의 출간 전 블라인드 가제본 이벤트로

<러브 몬스터>의 일부를 먼저 읽어볼 수 있게 되었다.

작품의 약 3분의 1 정도 될 것 같은 분량을

가제본으로 받아서 읽었는데,

흡입력이 엄청난 소설이었다.

이제 막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되던 차에

가제본에 담긴 내용이 끝이 나서

손톱을 물어뜯어야 할 만큼이나

남은 이야기가 궁금한 상태다.

 


 

서른 쌍의 남녀가 도청 앞 광장에 모여있다.

구청 주최의 소개팅 행사다.

 

그들이 걸어 다니는 포궁과 정자 머신 취급에 개의치 않으며 그곳에 온 건 어떤 불안과 기대 때문이었다. 제때 연애와 결혼을 해내지 못하면 뒤처지고 말 거라는 두려움, 더는 혼자이고 싶지 않은 마음, 누군가에게 가닿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밀한 바람이 그곳에 있었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었다. 그러므로 할 수 있는 데까지 해보아야 한다.

p. 6

 

소개팅 행사에 선정되지 못한 한 남자가

트럭을 몰고 행사장으로 돌진한다.

전신주를 들이박은 트럭으로 인해

그 일대가 정전이 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지민은 엄마 염보라에게 문자 한 통을 받는다.

'건강을 위해 요양 중이니 당분간 연락하지 마라.'

하지만 "지민은

보라가 그처럼 마침표를 찍어 문자를 보내는 걸

본 일이 없었다."(p. 32)

지민이 사라진 엄마를 찾아 나서면서

인물들의 관계가 하나둘씩 수면 위로 올라온다.

회원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는 수영 강사.

늦은 밤 문 닫은 수영장을 향하는 수영장 회원들.

그리고 그들의 의심스러운 공동체 생활.

 


 

<러브 몬스터>의 인물들은

사랑을 받지 못해서

사랑을 갖지 못해서

사랑을 갈망한다.

"남편의 사랑을 지켜보"(p. 37)는 허인회.

재혼을 꿈꾸는 염보라.

"사랑이니 결혼이니 다 개같은 짓거리라고 생각"(p. 16) 하는 엄지민.

"사랑을 위해 이곳에"(p. 156) 온 조우경.

 

그들은 상처와 결핍을

사랑으로 채우고자 했다.

그래서 더욱 욕심나고,

채워도 채워도 채워지지 않았다.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것처럼.

세상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에

사랑을 탓하고 사랑에 기대고 사랑 뒤에 숨었다.

사랑을 도피처라고 생각했지만,

사랑은 결코 그들을 지켜주지 못하는 듯했다.

 


 

그들의 맹목적인 사랑에 대한 사랑이

무섭고 안쓰러웠다.

삶의 모든 해결책을 사랑에서 찾으려는 듯했다.

그들에게 사랑이란

삶의 이유이자 삶의 목표였다.

사랑만 좇는 삶은 결코

깊은 외로움과 허전함을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그들은 알지 못했다.

자신이 삶의 주인공이 되어야 한다는 사실은

더욱더 알 수 없었다.

눈앞에 보이는 사랑을 얻는 것이 더 급했기 때문에.

"사랑이 뭐라고 생각해?"(p. 154)

 


 

이벤트 속 이벤트로

작가 이름 맞추기가 있는데

문체만 보고 맞추기가 쉽지 않았다.

솔직하고 신랄한 표현들에서

이경희 작가가 떠올랐는데,

작가님은 SF를 주로 쓰셔서 아닐 것 같다.

(오늘 책이 출간되었는데

이두온 작가님이라고 한다.)

 


문장 수집

러브 몬스터, 이두온

 

앞으로 뭘 할거냐고 묻는다면 한동안 잠이나 자야지, 하고 말할 생각이었다. 복장 터질 말인 건 알았지만 뚜렷한 목표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그렇다고 자신의 상태를 분명하게 말할 자신도 없었다. 그저 퓨즈가 나가버렸을 뿐이라고, 기숙사에서는 수업도 가지 않고 내내 잠만 잤다고, 인생의 길을 잘못 선택한 것 같다고, 아니 인생 자체가 무의미하게 느껴진다고 어떻게 말하겠는가.

p. 17

결혼식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았다. 그것은 고난을 참고 견딘 자에게 주어지는 보상이었다. 행복의 약속이었다. 결혼식이 이루어진 이상 이제는 아무도 주인공을 해할 수 없을 터였다.

p. 33-34 / 결혼식을 하지 못하고 산 인회의 마음. 심지어 남편의 사랑이 자신에게 없다는 걸 알고 몇 십 년을 산 인회에게 결혼식은 사랑이라는 갑옷이었을 것이다.

그녀를 괴롭힌 것은 남편의 외도가 아니라, 남편이 하고 있는 사랑이었다. 누가 그것을 사랑이 아니라고 하겠는가.

p. 38

그럴 바에는 차라리 자신의 마음을 바꾸는 편이 낫다. 인간은 생각에 지배당하는 동물이라고 하지 않나. 그래서 사람들이 그렇게 개같은 생각을 많이 하는 걸까.

p. 98 / 재미있는 표현이었다. '개'같은 생각.

낯선 것들과 낯선 자들의 바다에서 출렁이다 익사하기 딱 좋은 환경이었다.

p. 99

그러나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삶이 너무 배고프다. 공중에서 튼실한 무릎이 끊임없이 날아드는데 허인회는 배를 까고 누워 무방비하게 허공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p. 139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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