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 #위로 #공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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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사계절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한 줄 평

시선들의 두 번째 책은
가랑비메이커 작가가
"콜록이며 환절기를 건너는 당신에게" 보내는 계절 에세이,
<한 뼘의 계절에서 배운 것>이다.
"계절의 테두리가 아닌
계절의 한 가운데를 거닐며 느꼈던
민낯의 감정과 감각을,
새로운 계절 속에 서있는 당신에게 전송한다."라는 작가님의 초대글로 시작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참 시적이라고 생각했다.
"한 해의 시작과 끝을 욕심있게 차지하는 계절"(p. 12),
"눈물을 먹는"(p. 58)
"마음에 몸살이 찾아왔다"(p. 100)
"시인이라는 꿈을 오한처럼 앓았"(p. 101)던, "여전히 시인을 꿈"(p. 102) 꾸는
작가님의 시인으로서의 모습과
그 시가 기다려진다.
언젠가
작가님의 시를 읽을 수 있게 되길.
작가님의 산책 이야기에 공감을 많이 했다.
"새봄은 아침을 잃지 않으려 애쓰는 계절이다. 집 앞으로 난 산책로는 거닐 때마다 달라져 있다."(p. 29)
나도 봄이 오면 매일의 조그마한 변화를 구경하러 산책을 나간다.
봄은 매일 다른 모습을 한다.
어제와 오늘, 내일이 다른 모습이다.
매일의 거대한 변화에 푹 빠지게 되는 것이 봄 산책이다.
"머리가 복잡할 때면 혼자 하는 산책이 필요하다."(p. 99)
머릿속의 수많은 걱정들로 내 안의 우울이 끝을 모르고 커져만 가던 때가 있었다.
집이 너무 답답한 마음에 무작정 밖으로 나갔다.
목적 없이 마냥 걷다 보니
집 안에선 느끼지 못했던 계절감이 느껴졌다.
그리고 계절 속 변화 하나에
쓸모없는 걱정 하나가 사라지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나의 산책이 시작되었다.
쌍둥이 자매인 썸머 작가님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글이다.
좀 아릿하달까.
가랑비메이커 작가님의 결이
나와 좀 더 비슷하다 느껴졌다.
◆ 문장 수집
한 뼘의 계절에서 배운 것, 가랑비메이커
◆ p.32
쓰는 것은 결국 눈 앞의 사물과 사람. 쓰면 쓸수록 주변은 선명해지고 그 가운데 놓인 나는 투명해진다.
/ '그렇게 계속해서 쓰다 보면, 언젠가 나도 선명해지지 않을까' 하는 작가님의 생각. 나도 글을 쓰면 선명해질까?
◆ p. 69
혼자 크는 아이들이 말을 늦게 배운다면 홀로 살아가는 어른은 말을 일찍 잊는지도 모른다.
/ 슬펐다. 말을 일찍 잊게 될지 모른다는 말. 문득 할머니 생각이 났다.
◆ p. 100
긴 여행은 아니었지만 너무 다양한 감정을 오르고 내리다 보니 마음에 몸살이 찾아왔다. 커다란 감정의 파도가 물러나고 나면, 나는 잠시 멍해져서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이불 속에만 머물고 싶어진다.
/ '마음에 몸살이 찾아왔다'라는 문장에 한참 동안 시선이 머물렀다.
◆ p. 108
어디에도 전하지 못한 채 늘 머릿속에서만 빙돌다 사라지던 말들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글이 쌓여갈수록 마음의 그늘이 조금씩 옅어지는 것을 느꼈다.
/ 내 머릿속에도 빙빙 돌기만 하는 말들이 많다. 그중에는 '이 생각들을 글로 써봐야지.'라는 생각도 있지만, 무엇이 그렇게 귀찮은지 아직도 실천하지 못하고 있다.
◆ p. 137
가을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것들 앞에서는 언제라도 성실하게 마음을 전해야겠다는 뜨거운 열의가 번진다.
/ 오늘도 사랑하는 이들에게 성실하게 마음을 전해본다.
◆ p. 164
낡은 책에는 작가가 펼쳐놓은 이야기뿐만 아니라 작가도 모르는 은밀한 이야기가 하나 더 담겨 있는 셈이다.
/ 책에 대한 새로운 관점이었다. 작가가 책을 쓸 때만 해도 오롯이 그의 이야기지만, 세상에 나온 뒤에는 작가도 알 수 없는 수많은 독자들의 이야기가 책에 더해진다. 이 책에 나의 이야기가 더해지듯.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인 감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