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문지 스펙트럼
다자이 오사무 지음, 유숙자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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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공포

#우울 #불안

키워드


인간에 대한 공포로 무너져간

한 인간의 이야기.

한 줄 평


 


가면. 세상과 사람이라는 공포로부터 나를 보호하기 위해 쓰는 것. 하지만 나를 보호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던 것이 되려 나를 갉아먹는다면, 그때는 정말 어떻게 해야 할까. 다자이 오사무의 <인간 실격>은 가면을 쓴 채 세상을 살아가던 한 인간의 이야기다.  

 

작품은 세 장의 사진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남자의 유년 시절 모습, 학생 모습,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모습의 각기 다른 세 장의 사진. 그 뒤로 세 편의 수기가 이어진다. 주인공인 '요조'는 유년 시절부터 인간 생활을 이해하지 못한 채 혼자만 다르다는 불안과 공포에 갇혀 살아간다. 그러나 "인간을 극도로 두려워하면서, 그런데도 인간을 도저히 단념할 수 없었"(p. 15)던 그는 '익살'이라는 가면을 쓴 채 살아가게 된다.

 

인간에 대한 공포심으로 "우울과 긴장감을 끝까지 숨기고 숨겨, 오로지 천진난만한 낙천성을 가장하면서"(p. 17) 익살스러운 괴짜로 살아가던 요조는 연인과의 동반 자살 시도와 끝없는 부랑자 생활 속에서 인간에 대한 공포를 해결하기 위해 의존했던 술과 모르핀에 의해 점점 피폐해져간다. 지인들에 의해 정신병원에 가게 된 요조는 "머잖아 여기서 나간들, 저는 여전히 광인. 아니, 폐인이라는 각인이 이마에 찍히게 될"것이라며 "인간, 실격. 이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p. 142)라고 수기에 적는다.  

 

과연 그것을 실격이라고까지 할 수 있을까. 너무 지나친 비약은 아닐까. 아니, 지나친 비약을 해야만 했을 정도로 인간이, 이 생활이 공포스러웠던 걸까. 인간에 대한 공포심이 커지고 커져 결국엔 그런 자신까지 공포스러웠던 건 아닐까. 그래서 스스로를 잃고 그렇게 느꼈던 건 아닐까. 

 

<인간 실격>은 다자이 오사무의 자전적 소설이었다. 작가 연보를 보며 놀랐다. 3번의 자살 기도와 자살로 마무리 한 그의 생. 무엇이 그를 그토록 힘들게 만들었던 걸까. 대체 얼마나 힘들었던 걸까. 자신의 목숨을 쉽게 포기할 만큼. 그도 작품 속 주인공과 같은 공포와 고통을 겪었던 걸까.  

 

<인간 실격>은 쉽지 않은 작품이었다. 어렵고 혼란스러웠다. 처음엔 인간 생활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인간이 두렵다는 주인공을 보고 사이코패스인가 싶기도 했다. 옮긴이의 말을 보고 나서야 조금은 이해가 되는 것 같았다. 이 작품은 곁에 두고 한 번씩 들여다봐야 할 책이 아닐까 싶다.

 


 

책 속의 한 줄

 ◆ p. 14

제 행복 관념과 세상 모든 사람의 행복 관념이 완전히 어긋나 있는 듯한 불안. (···) 저는 대체, 행복한 걸까요?

 

 p. 17

인간을 대하며 늘 공포로 부들부들 떨고 또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언동에 티끌만큼도 자신을 갖지 못한 채, 저 한 사람의 번민은 가슴속 작은 상자에 감추고, 그 우울과 긴장감을 끝까지 숨기고 숨겨, 오로지 천진난만한 낙천성을 가장하면서 저는 익살맞은 괴짜로 차츰 완성되어갔습니다.


 p. 24

결국은 처세에 능한 사람이 세상 사람들 입맛에 맞게 불평을 떠들어댈 뿐이지 않을까?

 

 p. 87

남들이 좋아해주는 건 알면서도, 남을 사랑하는 능력은 결여된 구석이 있는 듯했습니다.

 

 p. 113

제게 '세상'은 여전히 깊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곳이었습니다. 

 

 p. 138

죽고 싶어. 차라리 죽고 싶어. 이젠 돌이킬 수 없어. 어떤 일을 하건, 무엇을 하건, 점점 망가질 뿐이잖아. 부끄러움에 거듭 덧칠할 뿐이야.

 

 p. 142

인간, 실격.

이제, 저는, 완전히, 인간이 아니게 되었습니다.

 

 p. 144

지금 제게는, 행복도 불행도 없습니다. 

다만, 모든 것은 지나갑니다.

 

본 서평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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