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관계에는 끝이 있다. 하지만 그 끝엔 기억과 그리움이 남는다. 그렇다면 결과적으로 끝이란 없는 걸까. 상실에 대해 아쉬움이 든다면 기억과 그리움은 소중할 것이다. 상실에 대해 두려움이 든다면 기억과 그리움이 남는다는 것이 조금은 도움이 될 것이다. 상실이라는 빈자리는 기억과 그리움으로 채워져 새롭게 태어난다.
안윤 작가님의 <방어가 제철>은 상실과 애도에 대한 이야기이다. <달밤>, <방어가 제철>, <만화경> 세 가지의 이야기를 통해 "소중해질 기회조차 갖지 못했"(p.123)던 이들을 애도하는 남겨진 이들의 모습을 그린다. 남겨진 이들은 "없는 것, 부재하는 것, 상실한 것, 그것들의 색"(p.126)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달밤>은 나, 언니, 소애 세 여자의 이야기다. '나'가 언니에게 말을 하는 듯한 형식으로 '나'의 입을 빌려 언니와 소애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글을 쓰던 언니는 글을 쓰던 '나'를 챙겼고, '나'는 노래하는 소애를 챙긴다.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이어져 내린다. '나'는 소애에게 "태어난 거, 살아온 거, 살아 있는 거, 다"(p.26)고 축하를 하고, 한편으론 언니를 떠올리며 육개장을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