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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박용후 지음 / 쌤앤파커스 / 2022년 8월
평점 :
#언어 #세계
#적확한단어 #자기언어
#깊이읽기 #개념사전
키워드
언어라는 하나의 성(城)을 쌓고
유지·관리하는 것은 나의 의무이다.
한 줄 평
'단어 공부'는 새로운 언어를 배울 때만 하는 거라 생각했다. 모국어인 한국어 단어를 공부해 본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학습된 단어로도 생활하는 데 아무런 지장이 없었으니까. 단어는 글을 읽고 쓰는 데만 사용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외에 다른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다.
유영만, 박용후 작가의 <언어를 디자인하라>에서 단어는 '세계'이다. "내가 특정 단어를 모르면 그 단어가 품고 있는 세계도" 알 수 없다고 말한다. "언어는 세상을 내다보는 안경이기 때문이다". "내가 어떤 언어적 관점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세상은 전혀 다르게 보인다"(p.12)는 말에 살짝 흠칫했다. 이런 경험을 바로 최근에 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살아온 삶을 농축하기도 하지만,
앞으로 살아갈 삶을 인도하고 안내하기도 한다.
<언어를 디자인하라>, 유영만, 박용후, p.49
뉴스를 볼 때마다 경제에 대한 내용은 하나도 이해할 수가 없었다. 이대로는 안되겠다 싶어 머니레터를 구독해 보면서 모르는 말들을 공부하기 시작했다(아, 이게 단어 공부였구나). 공부를 시작하고 얼마 되지 않아 공부했던 단어들이 뉴스를 볼 때 귀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단어의 뜻을 알고 나니 뉴스의 내용도 이해가 되었다. 엄청난 희열을 느꼈다. <언어를 디자인하라>에서 말하는 "내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어 "내 세계의 한계"까지 뛰어넘은 경험을 했던 것이다.
<언어를 디자인하라>에서는 언어를 디자인 하는 두 가지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깊이 읽기'와 7가지 '개념사전' 만들기이다.
먼저, 깊이 읽기는 "개념을 곱씹고 문장의 의미를 해석하며 자기 나름의 생각과 주장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p.53) 책에서는 이러한 방법 4가지를 소개한다. 그 중 나는 '타이핑하며 읽기'를 이미 실천 중이었다. 공감되는 문장이나 내 생각과 다른 문장을 정리하고, 그것을 중심으로 느낀 점을 추가해 독후감을 쓰는 것이 그것이다. 어려서부터 독서를 쭉 해왔지만, 다 읽고 나서 내용을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래서 일년 전부터 블로그에 서평을 남기기 시작했다. 서평 "쓰기라는 목적을 가"지고 책을 읽게 되다보니, "한 문장도 허투루 보지 않"(p. 67)게 되었다.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직접 실천한 경험이 있었던 것은 거의 처음이었다. 심지어 책을 읽고 나서 실천한 것이 아니라, 이미 내가 하고 있던 행동이 책에서 추천하는 내용이었다. 왠지 모를 뿌듯함이 느껴졌다. 전문가에게 인정받은 느낌이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언어를 통해 나의 세계를 견고하게, 그리고 넓게 확장시키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으로 7가지 '개념사전' 만들기는 "습관적으로 사용하는 단어 몇 개를 붙잡고 그것이 나에게 던져주는 의미를 반추해가면서 나만의 생각이 담긴 정의를 다시 내려보는 것"이다. 7가지 개념사전에는 "기존의 개념을 나의 체험적 깨달음으로 재정의하는 신념사전,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을 바꾸는 관념사전, 상상력을 키우기 위한 연상사전, 시인의 눈을 키우는 감성사전, 사유를 비약적으로 발전시키는 은유사전, 단어의 의미를 파고드는 어원사전, 인생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가치사전이 바로 그것이다".(p.149)
<언어를 디자인하라>는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지 못하는 언어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 하는 책이다. 특히 자신의 언어, 모국어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알게 된다. 다양한 책들을 작가의 주장의 근거로 활용하고 있어서 책을 마무리하고 나면 정말 많은 책들을 추천받게 된다. 그 중에 진은영 시인의 <일곱 개의 단어로 된 사전>을 읽어보려 한다.
나의 언어와 나의 세계가 튼튼하고 거대한 하나의 성(城)이 되길 바라며.
본 포스팅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