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
리러하 지음 / 팩토리나인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시원 달달한 미숫가루 한 잔 어때요?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를 읽기 위한 준비물이 있다. '1. 시원하고 달달한 미숫가루, 2. 많은 시간, 3. 상상력'이다. 

1. 시원하고 달달한 미숫가루

글의 초반, 주인공 서주는 "달콤 고소한 냄새"를 풍기는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를 본다. "[출근하기 전에 당 채우고 나가기♡]"(p.26)라는 메모지까지 있다. 할머니가 타 놓으신 것도 아니고. 버릴까 하다가 그냥 마셨다. "냄새는 괜찮았다. 맛도 괜찮을지 보려고 잔을 정말 조금 기울였는데, 혀가 닿자마자 멈출 수 없게 되어버렸다".(p.27) 이 부분을 읽는다면 누구든 -미숫가루를 싫어하는 사람은 아니겠지만- 미숫가루가 마시고 싶을 것이다. 나도 그 부분을 읽자마자 바로 얼음 동동 띄운 미숫가루를 한 잔 타서 책 앞에 다시 앉았으니까.

2. 많은 시간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를 읽으려 한다면, 약속 없는 주말, 될 수 있으면 토요일 아침을 추천한다. 왜냐고 물으신다면, 한 번 읽기 시작하면 끝장을 볼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지옥이랑 계약"(p.13)했다는 할머니의 대답. "지옥이 요새 리모델링하느라 죄인들 둘 데가 모자란대서 빈방이랑 남는 공간 빌려주기로 했다"고, "죄인들(죽어서 지옥에 간 사람들) 좀 오갈 거"라는 할머니의 말을 읽고 나면 그럴 수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무조건 이틀 이상 시간이 날 때 추천한다. 나도 첫 날, 새벽 3시까지 읽다가 안되겠다 싶어 어쩔 수 없이 자고, 다음 날 끝을 봤다. 

3. 상상력

『악마의 계약서는 만기 되지 않는다』에서는 지옥과 죄인들에 대한 묘사가 나온다. 자세히 그려지기 때문에 읽으면서 머릿 속으로 이미지가 자동으로 그려지게 된다. "흰 곰팡이가 핀 김치와 그 밑, 녹색 싹과 함께 깍둑썰기한 감자"가 든 양푼 비빔밥을 먹는 남자, "혀를 길게 빼물고 기어서 도망가는 사람", "흰옷을 입은 죄수들이 모여 중얼거리는 방", "눈밭을 먹던 사람" 등 아주 다양하게 펼쳐진다. 그리고 상상력을 극도로 발휘해야 할 대망의 상대는 바로, '악마'다. 알바가 끝나고 술 한 잔 하다 자정을 넘겨 버린 서주는 굳게 잠긴 대문을 마주한다(세입자들 때문에 잠긴 적이 없다). 담을 넘고, 집 지하를 통해 들어가게 된 작은 방. 그 안에 있던 "큰 키에 어울리지 않게 소년 같은 미소"를 한 "크게 구불거리는 검은 머리카락 사이로 짙은 남색 눈동자가 반짝"(p.62)이던 악마. 말도 어쩜 그렇게 심쿵하게 하는지 말이야. 나도 모르게 '지옥에 가더라도 이런 악마만 있다면...'하는 생각을 잠깐 하게 될 정도로 말이다. 눈 크고 펌이 잘 어울리는 남자배우는 다 떠올리며 읽었던 것 같다. 서강준, 이동욱, 지창욱... 아마 읽다보면 점점 더 잘 어울릴 것 같은 배우를 찾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세 가지 준비물을 다 챙겼다면, 지금 바로 출발이다. 달콤한 미숫가루가 있고 잘생긴 악마가 있는 지옥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