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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챈, 열쇠 없는 집 ㅣ 세계추리베스트 12
얼 데어 비거스 지음, 박영원 옮김, 정태원 해설 / 국일미디어(국일출판사) / 2003년 2월
평점 :
절판
11번인 '중국 앵무새'가 번호는 앞입니다만, 찰리 챈 시리즈 2번 째 권이고 이 책 '열쇠없는 집'이 시리즈의 첫번째 권이다. '열쇠없는 집'은 하와이를 배경으로 일어나는 갑부의 살인 사건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죽은 사람은 댄 윈터슬립이라는 왕년에 뭘로 돈을 벌었는지 의심스러운 갑부 노인. 자책에서 죽었는데, 하와이에서는 대부분의 집이 열쇠없는 집이라 그 집도 열쇠없는 집이다. 죽은 자가 수상쩍은 과거를 가지고 있는 덕에 그에게 원한을 가졌을 만한 사람들이 물망에 오르내린다.
찰리 챈은 이 책에서는 중요 역할을 하지 않는다. 직위도 그냥 형사이고, 상사인 할렛 반장에게 치인다. 그러면 실제 주인공은 누구냐? 존 퀸시 윈터슬립이라는 보스턴에서 온 윈터슬립가의 젊은이. 사건을 열심히 쫓아다니면서 단서를 얻고 모험도 하고 사랑도 얻는 가장 행복한 결말을 가진다.. 찰리를 포함한 경찰측은 존을 따라다니는 형국이다. 아무래도 경찰은 모험을 하거나 이곳 저곳을 들쑤시면서 수사를 하진 않으니까. ^_^
작가 얼 데어 비거스가 애초에 책을 쓴 동기가 된 것이 하와이의 중국계 형사 장 아파나와 리 푹에 관한 기사였다고 한다. 책의 해설에 의하면 이 책이 발간된 해인 1925년은 미국에서 동양인을 배척하는 분위기가 상당히 고조된 해였다고 하는데, 이러한 시기를 감안한다면 이 책에서는 찰리 챈이라는 중국계 미국인의 모습이 상당히 '정치적으로 올바르게' 묘사되고 있다.
물론 서양인의 관점에서 본 동양인의 신비(?)적인 모습에 관한 구절들이 있기는 하지만 그건 21세기가 된 지금도 그들이 가지고 있는 것을 생각하면 20세기 초반에 나온 이 책과 그 다음권인 '중국 앵무새'에서 묘사된 찰리와 중국계 미국인의 모습들은 아주 훌륭하다. (플레밍의 007 시리즈에 나왔던 닥터 노와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007 시리즈가 훨씬 뒤인 53년에 시작되었는데 말이다.)
하여튼 시절이 수상해서인지 작가 얼 데어 비거스는 중국계 미국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모험을 하진 못했지만 첫번째 책인 '열쇠없는 집'의 성공으로 인해서 다음권인 '중국 앵무새'부터는 찰리 챈이 본격적으로 활약한다. '열쇠없는 집'에선 우리의 챈씨가 아직 형사에 불과하고 주인공도 아니지만 그 다음권인 '중국 앵무새'에서는 경감이 되고 당당한 주인공의 입지를 확립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