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oad - 카오산 로드에서 만난 사람들
박준 글.사진 / 넥서스BOOKS / 2006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첫 페이지엔 '왜 꿈만 꾸는가...'라고 적혀 있다. 

이 책은 여행을 꿈만 꾸고 떠나지 못 하는 사람들에게 하는 말 같다는 느낌이 든다.책을 읽으며 내 인생에 처음으로 비행이를 타고 해외로 여행을 떠났던 그 때를 떠올렸다.패키지 해외 여행 한번 못 가본 내가 그 땐 뭐에 홀렸는지 다니던 회사까지 관두고 한달동안 여행을 다닐 결심을 했었는지 사실 지금도 잘 이해가 안 간다.아마 누구나 그럴 때가 오는게 아닐까 싶다.누구나 한번쯤 늘 내가 있던 자리에서 떠나야 할때가 있지만 그렇다고 모두 그럴수는 없었던거겠지...

이 책에는 짧게는 7개월에서 2년 이상을 여행중인 장기 여행자들이 등장한다.모두 특별한 사람들이 아니다.학교를 쉬고 떠나온 고등학생들도 있고 쉰이 넘은 중년 부부도 있고.다들 특별한 계기가 있다거나 영어를 굉장히 유창하게 한다거나 부자이거나 그렇지도 않은데 많은 사람들은 결심도 하기 힘든 장기 배낭여행을 떠난 사람들이다.학교를 다니는것보다,남들처럼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것보다,회사를 열심히 다녀서 돈을 모으는것보다 여행이 더 쉬워서,또는 재미있어서 떠난 사람들.

난 모두 자기 자리가 있다고 생각했다.거기에서 열심히 살고 열심히 뭔가 하면서 행복해지고 만족할 수 있다고.하지만 이 책에 등장하는 여행자들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고 말하고 있다.사람에겐 꼭 정해진 자리가 있지는 않은거같다.항상 바쁘고 열심히 일 하고...그렇게 사는 방법만이 전부는 아니란 생각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제일 기억에 남는 말은 자메이카에서 왔다는 트레이시아가 한 말이다.'사는데 많은게 필요하진 않아' 그런데 왜 난 이렇게 필요한게 많은걸까?작가는 도시에서 회사원으로 사는것도 좋지만 ,세상에는 회사에 출근하는 대신 해 볼만한 일들도 많다고 얘기한다.

마지막에 작가가 여행중에 만난 좋은 사람들 얘기를 읽고 기억나는게 참 많았다.오스트리아에서 트램을 어디서 타야 하는지 묻는 우리에게 말이 잘 안 통하자 가던 길을 멈추고 우리를 데리고 정류장까지 데려다 주었던 여학생,오스트리아 음악가들이 묻혀 있는 묘지에 가는 길에 내릴 정류장을 묻자 우리가 못 알아든는 독일어로 열심히 설명해주고 본인은 먼저 내린다고 옆자리에 앉은 할머니에게 우리를 부탁하고 내리셨던 할아버지.그 할아버지 대신 가는 길 내내 우리가 못 알아듣늘걸 알면서도 묘지에 있는 음악가들에 대해 열심히 설명해주시고 우리를 베토벤 무덤 앞까지 안내해 주셨던 할머니.스위스에서 융프라우 올라가는 길,사진을 한장 찍어달라고 부탁하자 열심히 찍어주시고는 여긴 해질녘에 오면 장밋빛 노을이 물들어서 참 예쁘다고 시간까지 알려주시면서 그때 다시 오라고 하셨던 노부부.독일에서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생전처음 본 우리에게 맥주 사주고 독일 족발도 사주고 구경만 해본 벤츠에 태워 우리를 공항까지 데려다 주셨던 미스터 조 아저씨...

다시 떠나고 싶어진다.그 배낭여행에서 항상 나와 함께 했던 내 파란 배낭이 보고싶어지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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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8-27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맞아. 너무 짐이 많다. 너무 많은 것을 가지고 사는 것. 그게 인생이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공지영 지음 / 푸른숲 / 2005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이 좋다는 소문은 전부터 많이 듣고 있었다.나름대로 공지영 소설을 꽤 읽었다고 생각했다.그 작가에 대한 얘기라면 나도 좀 안 다고 생각했다.

어떤 내용인지 모르고 사형수와 자살을 여러번 시도한 여자 얘기라고만 듣고 읽기 시작했는데 처음부터 눈물을 멈출수가 없었다.책장을 넘기기가 힘들었고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나는 막연하게 그냥 사형에는 반대하는 입장이었지만 너무나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소설이었다.난 여자이지만 가끔 어릴적이나 어른이 돼서나 강간을 당하고 나서 그 이후 인생이 무너지는 얘길 들으면 너무 나약한 사람들이 아닐까 싶었다.그건 그냥 누가 때려서 몸에 상처가 나는것과 다를게 없는거고 내 잘못이 아닌 일이니 충분히 이겨낼 수 있는 문제가 아닐까.그런 일로 자기 인생을 아무렇게나 내버려두는건 너무 내 상처만 크다고 아프다고 하는게 아닐까...

역시 난 모르는게 너무 많고 남의 일엔 이해가 부족했던게 틀림없다.

많이 아프고 많이 괴롭게 이 책을 읽고 나서 많이 고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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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6-06-25 0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재밌지? 공지영의 감수성에 가장 적합한 소재를 골라서 잘 구성했던 것 같아.
그 전에는 시대의 <숙제>에 눌려서, 또는 <페미니즘>의 <압박>에 깔려서 공지영이란 그릇에 넘치는 소설들을 썼던 기분이었는데, 이제야 그릇에 맞춤한 글을 쓴 기분이지.
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을 읽어 보면, 자신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조금 보여 주던데...
거기 이런 시가 나오지. 강물은 빨리 흐르라 등을 떠밀지 않는다던가...
이제야 떠밀리지 않고 제 길을 가는 느낌이랄까.
공지영도 많이 쓰는 작가이기도 하지만, 암튼 발전하고 있는 것 같아.
남의 일에 부족한 거는 누구나 그런 거 아닐까? 자기가 누군지도 모르는데.ㅋㅋ
잘 지내지? 건강한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