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족 재발견 - 자랑스러운 또 다른 한민족의 역사
한주 지음 / 유아이북스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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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족에 대한 한국인의 시선은 어떨까? 나에게 있어 조선족은 한국에서 제일 많이 볼 수 있는 민족이고 여자와 남자에 대한 느낌이 조금 다른데 여자 조선족은 억세고 사상얘기가 나오면 살인이 날 것 같은 위압감이 있으며 억양조차 세서 발음이 웃기게 들릴 때도 있다. 그리고 굉장히 억척스럽다는 느낌인데 반대로 남자 조선족은 왠지 모르게 음흉하다거나 여자 조선족과는 달리 좀 느긋한 인상이 있다. 가까이 보아온 조선족들의 대한 나에 대한 느낌은 이 정도인데 생각해보니 가까이 보아왔다고해도 이웃처럼 가까이 지냈던 적이 없으며 그저 오다가다 두어번 마주쳤을 때의 느낌일 뿐 지금 생각해보니 그것을 조선족들의 느낌이라고 정의해놓은 듯해서 할말이 없을 정도이긴하다. 그런데 이것이 나만의 생각만은 아닐 것이다. 구태여 겉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아마 대부분의 한국인들이 조선족에 대해 좋은 느낌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조선족 재발견>을 쓴 저자 역시 조선족에 대한 선입견이 나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글로 보며 대부분의 사람들이 갖는 조선족에 대한 이미지가 그러하겠구나 했다. 그런 나에게 조선족에 대해 달리 생각하게 됐었던 계기가 있었는데 얼마전 친정엄마의 부탁으로 땅 문제가 얽힌 동네 사람과의 마찰로 인해 법원에 민원 상담을 간적이 있었다. 마침 상담을 마치고 차에 시동을 거는 찰나 미처 물어보지 못했던 한가지를 물어보려고 다시 되돌아온 5분도 안되는 사이에 점심시간이 되어 한시간을 대기실에서 기다리게 되었는데 그때 중년의 한 아주머니가 대기실에 들어와 핸드폰으로 전화통화하는 것을 듣게 되었다. 항상 그렇듯이 시끄럽고 정신 사나운 대화가 이어지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인상을 구기게 되었는데 통화를 마친 아주머니는 대기실에 혼자 있던 나에게 속상함을 털어놓았었다. 한국에 들어와 결혼하자는 한국인 남성을 만났다고 한다. 그런데 그 남자는 염소를 사서 그것으로 돈벌이를 해야겠으니 가진 돈이 있으면 투자를 하라는 것이었다고 한다. 이쯤되면 이야기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뻔한데 그 아주머니는 그 한국인 남자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눈치였기에 모아놓은 돈과 딸한테 빌린돈까지 한국인 남자에게 주었고 직접 염소 밥도 주고 허드렛일을 하며 정성껏 도와줬는데 어느 날 동네 사람들로부터 들으니 집나간 본처가 따로 있고 들락거리던 여자도 있었으며 주기로 한 돈도 돌려주지 않는 그야말로 사기를 당해 속상하다는 하소연이었는데 왠지 모를 음흉함과 속내를 잘 이야기하지 않는 조선족의 느낌과는 사뭇 달랐기에 내가 얼마나 조선족에 대해 그릇된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조선족이라고 폄하할 것만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사람 사는 사회에 조선족인 아주머니보다 더 나쁜건 한국인이었다는 생각에 부끄럽기까지 했던 사건이 있었는데 그것을 발판이 되어 <조선족 재발견>이란 책이 아주 수월하게 읽혀졌다. 생각했던 것보다 조선족을 하등 내려다볼 것도 없으며 그들이 중국땅에서 피땀 흘리며 투쟁한 역사에 가슴이 뭉클해지기도 했다. 이제는 찬란하고 그 어느 민족보다도 강인했던 역사가 후대에 제대로 미치지 못해 조선족임을 숨기는 일들이 많다하니 안타까운 심정이 되어 읽게 됐다. 우리가 알려고도 하지 않고 그저 못산다는 이유로 가슴 저편에 멸시했던 감정이 미국인이 원주민을 학살하고 흑인을 노예로 삼았던 그 마음과 다를게 무엇일까..란 생각도 들었다. 인간이 가지는 가장 죄악스러운 감정이 나보다 못하다는, 나아가 우리 민족보다 못하다는 생각이 아닐까 싶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오천년의 역사를 살아오며 가까이는 중국과 일본에게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구 열강들에게 그렇게 짓밟혀 왔던 세월이 오래되지 않았다. 그런데 직접 그렇게 경험해놓고도 우리는 그 잣대를 조선족에게 들이대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던가 생각해보게 되었다. 조선족에 대한 가벼운 일상 생활들이 담겨져 있겠거니..했었는데 우리 민족의 거울이었다는 생각을 하니 떼어 생각할 수 없는 동질감이 느껴졌다. 중국에서의 소수 민족이 아니라 스스로 조선족임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며 투쟁했었는지 조선족을 올바로 바라보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의 바람처럼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조선족에 대한 그릇된 선입견을 버리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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