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호자들
존 그리샴 지음, 남명성 옮김 / 하빌리스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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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죄인 한 명을 만들기보다는 범법자 열 명을 놓치는 편이 낫다.'라는 말은 법정 드라마나 영화, 소설에서 이미 여러 번 등장해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존 그리샴의 <수호자들>은 바로 이 말을 연상시키는 소설이다.

변호사지만 적당한 로펌을 찾지 못해 국선 변호사로 일했던 컬런 포스트는 백인 남녀를 무참히 살해하고도 반성조차 하지 않는 범죄자를 변호하는 일에 감각이 마비된다. 변호는 시작도 못한 채 정신없이 법정을 빠져나온 포스트는 외조모부가 사는 시골집으로 향했고 정신과 치료를 받기 시작했으며 서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 이상의 결혼생활을 이어갈 수 없기에 브룩과의 결혼생활도 정리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보내며 포스트는 시골 교회 신부 베니를 알게 되었고 그를 통해 신앙에 가까이 다가서게 된다. 그리고 그의 권유로 신학교에 입학하여 공부한 결과 사제 서품을 받아 신부로 일하며 억울한 누명을 쓰고 감옥에 수감 중인 죄수들을 만나게 되었고 그런 만남은 누명을 쓰고 복역 중인 죄수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수호자 재단과 이어지며 그곳에서 일하게 된다.

다시는 법조인으로 살아갈 수 없으리라 생각했지만 저지르지도 않은 범죄를 뒤집어쓰고 십몇 년을 복역 중이던 프랭키의 무죄를 입증하며 포스트는 보람을 느끼는 한편 자신의 사명을 되찾게 된다. 그리고 얼굴이 알려진 포스트와 달리 자유와 맞바꾼 거액의 보상금을 받으며 좀 더 편하게 살 수도 있는 프랭키는 포스트를 도와 사건의 진실과 연결된 증거들을 수집하는 역할을 한다. 재단 변호사인 포스트와 메이지, 뒤에서 그들에게 협력하는 프랭키의 집념은 범죄자로 낙인찍혀 감옥에 갇힌 이들에 대한 전적인 신뢰가 없다면 실행할 수 없을 만큼 헌신적이며 투철하다. 감옥에 복역 중인 범죄자들이 자신은 죄가 없다며 호소하는 편지들을 검토해 분류하고 그것이 진심인지 거짓인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하여 가려내는 일 또한 엄청난 인력과 시간을 요구하는 일이며 교활하게 그것을 이용하는 범죄자가 있을 경우 그로 인해 다른 무고한 누군가의 변호를 놓칠 경우 사형을 앞둔 이에게는 더 이상 예전 삶으로 돌아갈 수 있는 희망 자체가 없어지는 일이므로 그에 대한 정신적 부담감은 말도 못 할 것이다.

<수호자들>은 누명을 쓴 복역수들의 무고를 입증하기 위한 변호사들의 이야기로 위증과 거짓된 증거로 죄 없이 복역 중인 인물과 정의로운 변호사의 외롭고 고독한 투쟁을 그린 기존 작품들과 달리 재단 자체가 무고한 이들을 대변해 주는 단체이기에 좀 더 색다르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그리고 소설 속 등장하는 이야기들이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라고 해서 더욱 놀라지 않을 수 없었는데 끔찍하게 발생한 범죄와 그것과는 상관도 없이 죄인이 된 억울한 상황의 생생함이 소설 속에 그대로 녹아 있어 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으로 소설을 읽어내려갔던 것 같다.

죄인을 벌하기 위해 사회악이 되는 사람을, 사회 질서라는 이름으로 만들어진 법에 대한 의문은 이번 소설을 통해서도 더욱 묵직하게 전달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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