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 - 인생 후반전에 만난 피아노를 향한 세레나데
이나가키 에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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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아는 할머니 중에 귀여움을 남발하시는 분은 무레 요코 작가님이 유일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귀여움 발사 넘버 투로 등극하신 '이나가키 에미코' 작가님의 에세이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될래>는 제목부터 통통 튄다.

결혼 생활하며 아이를 키우고 사회생활도 하며 앞으로 달려가기만 했던 지난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세월이 야속할 만큼 빠르다는 말을 그 나이가 되어 체감하고 보니 세월이 왜 야속하게 느껴지는지 알만하다. 그런 날들을 지나 이제 겨우 개인적인 여유 시간이 주어지나 싶어질 찰나 이제는 자식이 낳은 손주들을 돌보느라 분주한 할머니들이 많다. 이쁘고 소중하지만 젊은 엄마들도 체력적으로 힘든 일을 할머니가 되어 또다시 육아에 돌입하게 되다니 현실은 가혹하기만 하다. 육아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정년보다 길어진 수명은 노쇠한 몸으로 일을 더 해야만 하는 상황으로 몰아넣고 있으니 어떻게 보면 오래 산다는 것이 마냥 축복만은 아니게 다가오는 현실에서 이런 걱정보다 오랫동안 하고 싶었던 일에 도전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 아닐 수 없다.

오랜 기간 동안 사회생활을 하며 치열하게 고군분투했던 저자, 지금처럼 인권이나 노동법 등이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던 시절, 치열하게 사는 것이 당연하게만 여겨졌던 그 시절에 오로지 일에만 매달리다 문득 거울을 보니 50세가 넘은 할머니가 된 자신을 발견했을 때 더 즐겁게 살지 못했던 것들이 마구 떠올라 울컥 울분이 차오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지 않을까?

어떤 이유로든 간에 저자인 '아나가키 에미코'는 어느새 피아노 치는 할머니가 되어버렸고 모 아니면 도라는 마음가짐까지는 아니더라도 하다 보니 잘하고 싶고 누군가가 연주한 피아노 연주곡처럼 가슴 떨리는 연주를 하고 싶은 로망에 피아노 연주에 매진하게 된다. 어린 시절 언니와 번갈아가며 쳤던 피아노, 엄마의 삼엄한 눈치가 없었다면 피아노를 좀 더 즐길 수 있었을까?

워낙에 악기에 대한 관심도 애정도 없는지라 어린 시절 한 번쯤은 다들 쳐봤던 피아노를 이 나이가 되어서 배우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없다. 그럼에도 제목에 보자마자 오랫동안 함께 해온 친구가 늘 해오던 말이 생각났기 때문인데 친구는 어린 시절 피아노 치는 것이 너무 즐거웠지만 갑작스럽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 혼자 힘들게 아이를 키우게 되자 피아노를 더 이상 배울 수 없게 되어 그게 참 한이 됐더라는 이야기였다.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래서 제목을 보자마자 친구 생각이 났더랬다. 이 할머니는 왜 피아노가 치고 싶었던 것일까, 왜 50세가 넘은 나이가 되어서?

하지만 무엇을 배우든 간에 젊은 시절 배우는 속도를 이길 수 없겠고 젊은 시절엔 내년이나 내후년이나란 기간에 큰 타격이 없겠지만 50세가 넘은 나이에 하게 되는 배움이란 아무래도 심리적인 작용이 드는 게 당연하리라 생각했지만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한 말이 가슴에 크게 와닿았다. 어쨌든 50세가 넘고 보면 내일보다는 오늘이 내 생에 더 젊은 날이기에 더 나이 먹기 전에 하고 싶었던 것을 시작한다는 용기는 무엇을 시작하기에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그래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못하는 나이는 없다는 교훈을 톡톡히 전해준다. 물론 피아노 치는 것이 만만치 않은 일이고 오랜만에 보는 악보가 눈에 익지 않는 것을 떠나 노안으로 음표가 잘 보이지 않는 상황이니 난감할 수밖에 없겠지만 그럼에도 묵묵히 연습에 임하는 저자, 그 자체만으로 이미 내 생에 빛나는 업적을 이루었다고 보여서 가슴 벅참도 느껴졌다. 나이 먹어서도 이렇게 귀엽고 긍정적인 할머니가 되고 싶다는 바람과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인생을 즐겁게 사는 방법을 좀 더 고민해 보고 싶어졌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내 인생에서 무엇을 즐겨야 할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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