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걱정은 내가 할게 - 최대호 작가가 건네는 오늘의 위로
최대호 지음, 최고은 그림 / 넥서스BOOKS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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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뜨끔했던 건 알면서도 모르고 싶은 이유를 충분히 알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내 앞가림도 잘 못하면서 기분이 별로여서, 비루해 보이는 내 인생에 밟고 도약할 뭔가가 필요하기 때문에 곧잘 누군가를 걱정해 준다는 호의를 가장해 참견하고 비난하는 일이 잦았기에 제목만으로도 많은 생각이 교차했던 것 같다.

누가 대신해 줄 수 없는 내 삶, 나의 인생, 알면서도 곤란한 일은 누가 대신해 주기를, 힘들 때는 당연한 듯 누군가 옆에 와서 위로해 주기를, 너무도 당황한 상황에 지금 이 순간이 꿈이기를 얼마나 바랐던가, 돌이켜보면 현재 나로 살아가고 있지만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자각을 얼마나 가졌던가 싶다. 그 누구의 인생도 아닌 나의 인생이라며 야멸차게 나 자신을 몰아가는 것도 안타깝지만 한 발 뒤로 물러나 관망만 하는 듯한 태도도 이와 동등하지 않을까.

뭐든지 잘하고 싶고 그래서 타인과 다른 내가 되고 싶은 욕심에 앞만 보며 달렸던 날들, 영혼은 미처 챙기지 못한 채 몸만 내달렸던 무수한 날들, 선의를 가장한 걱정을 앞세워 그저 너를 씹고 싶었던 옹졸함, 무언가를 결정하지 못해 고민 상담이란 명목으로 누군가에게 내 인생 선택권을 떠밀었던 기억, 놔둬도 자연스럽게 흘러갈 것을 안달복달하며 마음에 생채기만 냈던 지난날, 그럴 깜냥도 안되면서 척척 척하며 내 눈을 가려버렸던 순간들, 이번 생은 역시 안되겠다 싶어 숱하게 놓고 싶었던 순간들, 외모도 스펙도 뭐 하나 이렇다 할만한 게 없어 초라함에 시달렸던 날들....

나만 그런 건 아니었고 지금 바짝 기분이 좋다 해서 앞으로 이런 감정이 안 느껴질 리 없다. 단단히 잡고 있다고 생각해도 어느 순간 나도 모르게 툭 끊어져 버릴 순간은 내 인생에 널렸다. 다만 내가 모르고 있을 뿐... 하지만 그런 일들은 누군가의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그저 내 감정에만 침식당해 더 넓게 보지 못할 뿐.

<내 걱정은 내가 할게>는 제대로 해내지 못해 불만이지만 그런 나를 마주하는 것은 또 불편한 것들을 정면에서 집어낸다. 피하지 말고 외면하지 말라며 정곡을 집어내 제대로 쳐다보라고 따뜻하게 다독여준다. 책을 덮을 때쯤 다시 힘차게 발돋움하며 앞으로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충전된 것 같아 스스로 조금은 다른 감정도 느끼게 된다.

짧은 글에서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은 역시 글이 지닌 힘과 그것을 전달하려는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있기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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