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 1,000년을 하루 만에 독파하는 최소한의 로마 지식
윤덕노 지음 / 더난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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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난콘텐츠 /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 / 윤덕노 지음

18세기 말 프랑스 법률가이자 미식가로 유명했던 '브리야 사바랭'은 "당신이 먹는 음식을 알려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보겠다"란 글을 책에 남겼다고 한다. 모든 것이 풍족함으로 넘쳐나는 요즘, 저녁 식사에 자주 올라오는 돼지고기를 먹으며 비슷한 연배의 남편과 나는 종종 딸아이를 앞에 두고 "엄마, 아빠 어렸을 때는 돼지고기도 귀해서 일 년에 한두 번밖에 못 먹었다"라는 말을 하곤 하는데 그에 대한 딸에 반응은 이해할 수 없다는 식이다. 유년시절 쌀이 없으면 라면을 먹으면 되지 않냐는 말이 한참 화제가 된 적이 있었는데 확실히 먹는 것으로 잘 살고 못 살고를 구분 지었던 어린 시절을 떠올려보면 <음식으로 읽는 로마사>에 담긴 로마의 이야기는 가히 놀랍고 대단하게 다가온다.

지중해는 물론 프랑스, 영국, 스페인, 독일까지 이르는 유럽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그리스와 터키, 중앙아시아를 영향권 아래 두었으며 아라비아반도와 아프리카, 인도, 중국에 걸쳐 무역을 할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미쳤던 로마, 로마 초기의 식생활은 귀족과 평민이 크게 차이 나지 않았으나 점점 속국으로 삼는 나라들이 늘어나고 그에 따른 무역과 부의 축적으로 인해 동시대에 한 끼나 두 끼를 먹는 것이 보통이었던 로마에서는 이미 세 끼의 식사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은 로마의 힘이 얼마나 강대했는지 대변해 주고 있다. 더욱이 농사를 지어 자급자족했던 다른 나라의 일반적인 식생활과 달리 이미 로마인들이 즐겨먹는 빵이나 올리브, 와인 등을 수입해서 먹었다는 것은 그들의 경제력이 얼마큼이었는지를 뒷받침해 주고 있어 영화나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향락과 사치에 젖어있던 귀족들의 모습이 달리 다가왔다.

거의 모든 식재료를 외국에서 수입했던 로마인들의 식탁 사정이 이렇다 보니 다른 나라를 정복하기 위해 닦인 길 외에 먹거리 수입을 위해 길이 정비되었던 것은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었을지도 모르겠다.

물 대신 마시는 와인은 이탈리아와 그마저도 부족하면 스페인에서 조달하였고 로마인 식탁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올리브 또한 스페인과 북아프리카산이었다. 생선 젓갈인 가룸 또한 시칠리아와 스페인, 포르투갈에서 들여왔고 햄과 소시지는 프랑스인 갈리아와 스페인의 이베리아에서 가져왔으며 로마인들에게 최고의 진미로 꼽혔던 굴은 영국 브리타니아에서 실어 왔다고 한다. 그렇게 거의 모든 음식으로 수입해야 했으니 음식을 싣는 저장고의 발달과 잘 닦인 길, 굴같이 싱싱함이 생명인 음식은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냉장, 냉동 기술과 양식업이 발달하였다고 하니 음식이 주는 다양한 발전이 흥미롭게 다가왔다.

정복과 약탈이 로마인들의 식탁을 풍성하게 만들었다는 이야기에는 다소 반감이 들기도 하지만 2천 년 전 하루 한 끼 내지는 두 끼만 먹을 정도로 먹는 것이 부족했던 시대에 세 끼를 먹었다는 이야기는 여전히 놀랍게 다가왔고 동시대 중국 황제가 좋아하는 호떡을 자주 먹지 못할 정도로 밀이 귀한 시대에 로마에서는 평민들도 빵을 먹었다는 사실은 부의 축적이 한 나라의 밥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그로 인해 주변국들에게 어떤 영향이 있는지, 더불어 그와 함께 발전하게 된 산업들과 지금의 잣대로 그려져 영화나 드라마에 그려진 그들의 모습에 대한 모순들도 함께 엿볼 수 있어 유익한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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