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어줄까? - JM북스
유키 슌 지음, 손지상 옮김 / 제우미디어 / 2019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책 제목을 보고 떠오른 것은 어릴적 괴담집에서 읽었던 무서운 이야기였다. 독서실에서 늦게까지 공부를 하던 학생이 우연찮게 옥상에 올라가 마주한 어린 꼬마 아이, 그 아이는 줄곧 숫자를 되풀이해서 말하고 있었고 그것을 귀엽게 여긴 학생은 웃음을 지었지만 어느 순간 옥상 난간에서 밀쳐지며 꼬맹이가 다음번 숫자를 말하고 있더라는, 초딩때 혼자 못잘 정도로 무서워하며 읽었던 괴담집에 실려 있던 이야기인데 표지와 제목을 보는 순간 그 이야기가 떠올랐다.

잘생기거나 공부를 잘하거나 유머러스해서 아이들에게 인기가 있거나하는 것과 거리가 먼 '잇페이', 남들보다 유달리 잘하는 것은 아니지만 그나마 조금 잘하는 것이라고는 달리기인 잇페이는 반에서 두드러지는 아이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남들 앞에 나서는 것도 꺼리는 평범한 중학생이다. 그런 잇페이 곁에 함께 영화도 보고 집에 드나들며 우정을 쌓는 '토모야'라는 친구만으로도 학교 생활에 만족하는 잇페이, 그러던 어느 날 일년동안 등교를 거부하던 '마유코'가 다시 등교를 시작하게되지만 늘 중심에 서서 호들갑을 떠는 여자아이들에게 또다시 따돌림을 당하게 되고 그것을 지켜보는 잇페이는 나서서 마유코를 도와주지도, 마유코를 위로해주지도 못하며 그저 지켜보기만한다. 그러다 우연찮게 여자 아이들이 고의로 마유코의 실내화를 버린것을 발견한 잇페이는 마유코에게 실내화를 보여주며 당하기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하지만 마유코에게서 신경쓰지말라는 말과 의미를 알 수 없는 복수라는 말을 듣는 잇페이.

별다를 것 없는 그런 나날 속에 중간고사가 이뤄지는 첫날 토모야가 늦잠을 잤다며 서로 문자를 주고 받는 아침, 갑자기 체육관으로 소집이 시작되며 같은 학년의 한 아이가 등교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며 핸드폰을 보며 걷는 것의 위험성을 설명하던 선생님은 뒤이어 그 아이가 숨을 거뒀다고 이야기하고 그렇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교실로 돌아왔을 때 토모야는 정신이 반쯤 나간채 그 아이가 사고를 당할 때 자신도 같은 곳에 있었다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시험도 연기되고 분위기는 어수선한 가운데 토모야는 이튿날 결석을 시작으로 며칠째 학교에 나오지 않게 되면서 잇페이는 토모야를 찾아가고 처음엔 아무말도 안해주던 토모야는 그 친구가 죽기 전 누군가에게 떠밀린듯한 비명 소리를 질렀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렇게 충격을 받은 토모야가 계속해서 등교를 하지 않는 나날들이 이어지면서 친구라고는 토모야밖에 없었던 잇페이는 어느날부턴가 자신에게 향한 아이들의 냉대를 느끼게되고 곧이어 왕따를 당하기 시작한다.

사실 왕따에 대한 사회적 문제는 어제 오늘일이 아니다. 이로 인해 자살하는 아이들이 늘어남에도 불구하고 법적인 처벌이나 제재가 솜방망이 수준이라 찬반논쟁 또한 팽팽한 것이 사실이지만 어쨌든 앞날이 창창한 아이들이기에 어떠한 제재없이 피해자만 고통을 겪어야하는 일들이 많은 것이 현실인데 뭔가 뚜렷한 악의 없이 그저 웃는 모습이 싫어서, 누군가의 사랑을 독차지하는 것에 대한 질투가 고통과 잔혹함이라는 일그러진 모습으로 피해자를 신체는 물론 정신적으로도 옳아매고 있는 문제점들은 그 자체로도 엄청난 충격과 공포가 되기에 충분하다. 그래서, 그러한 이유로 아마 이 소설이 더 오싹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은데 내용은 다르지만 어릴적 읽었던 옥상에서 숫자를 새던 어린 아이의 실체를 알게 된 순간 든 뜨악함과 오싹함은 막판에 느껴졌던 느낌과 오버랩되어 더 기묘하게 다가와졌던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