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여섯 밤의 주방 욜로욜로 시리즈
마오우 지음, 문현선 옮김 / 사계절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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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 / 열여섯 밤의 주방 / 마오우 장편소설

어서 오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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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신화에 나오는 인물로 황천길에 오르면 생전의 기억을 잊게 해주는 맹파탕을 망자에게 건네는 '맹파', 어떤 이유로 염라대왕의 부탁을 받고 맹파가 되어 망자들이 내하교 다리를 건너기 전 마지막으로 음식을 대접하는 일을 맡은 맹파.

최근 '신과 함께'라는 영화가 현대식으로 버무려져 흥행을 거두면서 사후세계에 대한 궁금증을 불러일으켰는데 어린 시절 이불을 뒤집어쓰며 보았던 전설의 고향에서 무서운 저승사자나 염라대왕의 이미지는 '신과 함께'에서 비춰졌던 발랄한 이미지로 다가와 두려움과 무서움의 대상이 아닌, 왠지 친근하게 다가왔던 듯 하다.

<열여섯 밤의 주방>은 내하교 다리를 건너기 전 망자들이 마지막으로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으며 살아생전 겪은 잊고 싶었던 기억들을 다시 한번 더듬으며 망자의 길을 떠나도록 돕는 맹파의 이야기가 나온다. 독특한 소재여서 그런지 책을 읽기 전 간략한 내용만 보고도 읽고 싶을 정도로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죽은 망자들이 살아 있을 때 겪었던 이야기들이 그들의 인생만큼 다양하게 다가왔다.

첫번째 이야기는 얼떨결에 가수가 되어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공인이기 이전에 매니저와 사랑에 빠진 그녀는 양가부모님과 가까운 친척만 초대해 몰래 결혼식을 올렸지만 그녀를 좋아하던 팬으로부터 사실이 밖으로 유출되면서 인기는 물론 사랑하는 사람과도 헤어지게 되어 불행한 인생을 살았던 노부인의 이야기와 남부러울 것 없이 부족함 없는 생활을 하며 결혼을 하였지만 남편이 사업에 망하고 친정조차 부도를 맞으며 힘든 생활을 하게 된 여인은 아이들을 위해 악착같은 생활을 꾸려 나가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정도로 사랑하던 아들이 가스누출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던 가슴 아픈 이야기, 좋아하는 마음을 숨긴 채 결국은 고백을 하지 못하고 산사태를 맞아 죽음을 맞이했던 젊은 남녀의 사랑 등 애절함과 슬픔, 아쉬움을 뒤로 한 채 이생의 기억을 잊고 내하교를 건넌 사람들의 이야기가 씁쓸하게 다가온다.

전생의 잊고 싶은 기억을 주마등같이 마주해야하는 마지막 순간, 그 순간에 먹게 되는 기억에 남을 음식들, 사후 세계에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맹파와 마주하게 될까? 생각해보게 되었던 소설 <열여섯 밤의 주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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