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최형아 지음 / 새움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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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움 /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 / 최형아 장편소설


몇해 전 '코피노' 문제를 다룬 다큐를 보면서 한국인 남자가 저지른 파렴치한 행동에 대해 분노했던 적이 있었다. 더군다나 같은 여자로써 그녀들이 느꼈을 배신감과 암담함이 그대로 느껴져 슬픔과 분노감이 더욱 컸었던 것 같다.

'코피노'는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를 일컫는다. 필리핀으로 유학을 떠난 학생이나 사업차 장기간 체류하며 필리핀으로 옮겨간 많은 한국인 남성들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 태어난 코피노들은 생각보다 훨씬 많은 수치여서 다큐를 보며 경악했던 기억이 있다. 더군다나 한국 매체에서 코피노 문제를 다룬 영상이 나올 때마다 필리핀에서 외로움을 달래던 한국인 남성들에게 쉽게 몸과 마음을 내준 필리핀 여성들의 가벼움을 은근 비난하는 투여서 방송 자체가 꽤나 심기 불편하게 다가왔던 기억도 있었는데 이는 필리핀 여성, 필리핀 사회를 두번 죽이는 일이 아닐까 생각한다. 그만큼 남성들이 생각하는 성적 수단의 가벼움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지 알 수 있는데 누군가는 필리핀에서 마냥 기다리지 말고 한국에 가서 아버지를 찾으면 되지 않겠냐고 묻겠지만 어이없게도 한국의 수 많은 남성들은 자신의 성적 욕구와 외로움을 달래기 위한 수단으로 필리핀 여성들을 선택했을 뿐, 아이를 임신한 여성에게 한국에 가서 부르겠노라는 달콤한 말을 뒤로한 채 거짓 주소를 남기며 종적을 감추었기에 대부분의 필리핀 여성은 애아버지인 한국인 남성을 찾을 수가 없다. 코피노 문제를 다뤘던 방송사는 어렵게 코피노 아이의 한국인 아버지를 찾았지만 그는 철없던 유학생 시절의 일이었으며 지금은 한국에서 가정을 이루었고 아내가 모르고 있으니 더이상 자신을 찾지 말아달라는 말을 남겼다.

이미 코피노의 숫자가 2011년에만 1만여명을 넘어섰고 이후 계속 증가폭을 기록하는 것을 볼 때 한국 남성 개인의 문제만이 아니라 필리핀 사회 문제로까지 대두되고 있어 방관하고만 있어야할 문제는 아닌 듯하다.

필리핀에서 생필품을 팔며 사업을 했던 마닐라 박은 엄청난 돈을 모았고 이어 국회의원에 도전해 재물과 권력을 거머쥐었지만 강경했던 성격만큼 두 아들과의 사이는 평탄치 못했으니 큰 아들은 파혼 뒤 필리핀으로 건너가 14년 째 연락이 되지 않고 작은 아들인 주인공인 형 노릇까지 하며 아버지의 눈밖에 나지 않으려 생활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신문에서 필리핀에서 한국인 사업가가 실종되었다는 내용을 접하게 되고 이어 아버지의 호출에 본가에 들렀다 신문에 났던 그 기사의 주인공이 형이란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형이 팔라완에서 사라졌으며 형에게 여자가 있었다는 사실과 그것을 근거로 필리핀으로 건너가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고 이야기한다. 곧 있을 자신의 선거에 폐가 되지 않도록 잘 처리하라는 아버지의 당부를 받고 필리핀으로 향한 둘째, 그 곳에서 그는 14년이나 소식이 끊긴 형의 흔적을 찾아가기 시작하는데....

<에일리에겐 아무 잘못이 없다>는 필리핀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던 아버지 마닐라 박의 과거와 그런 과거를 모르고 가족과의 연을 끊고 필리핀에서 사업을 시작한 리틀 박이라는 첫째와 둘째의 시선에서 이야기를 이끌어가고 있다. 실종된 형을 찾을 수 있는 유일한 연결고리는 바로 '에일리'라는 여성이었으니 사업 비즈니스 접대 때문에 들렀던 술집에서 알게 된 '에일리'에게서 묘한 슬픔을 느꼈던 리틀 박, 그 후 영문도 모르게 납치된 리틀 박은 납치한 이에게서 엄청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제목처럼 '에일리'에겐 잘못이 없다. 그저 한국 남성들이 저지른 파렴치함에 소설을 읽는내내 고개를 들 수 없을만큼 부끄러움이 느껴졌다. 한두명에 그치지 않는 코피노 문제, 행복한 인생의 출발인 탄생부터 평탄하지 않았던 그들의 삶은 온전히 사랑받지 못하고 버려졌다는 아픔이 삶 속에 꼬리표처럼 붙어 한국인에 대한 증오가 얼마나 컸을지 사실 상상조차 할 수가 없지만 파렴치한 한국 남성들의 처사가 부메랑이 되어 죄없는 한국인들에게 단죄란 이름으로 되돌아오는 일들이 안타깝게 다가오던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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