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승달
모리 에토 지음, 권영주 옮김 / ㈜소미미디어 / 2019년 1월
평점 :
절판


소미미디어 / 초승달 / 모리 에토



전쟁 이후 어수선함이 채 자리잡기 전, 초등학교 조무원에서 근무하는 오시마 고로는 학습이 미진하여 조무원실을 찾는 아이들의 공부를 봐주며 미처 발견하지 못한 자신의 재능을 깨닫게 된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보람을 느끼는 자기 자신을 발견한 고로는 어느 날 학교에 방문한 학부모 지아키로부터 본인들이 배웠던 군국주의 공교육 현실을 타파한 새로운 교육관을 학원교육에 도입하여 함께 이뤄나가자고 제안한다. 고민스러운 고로는 어쩌지 못하는 사이 지아키의 박력에 전도되어 함께 학원을 공동경영하게 되었고 학원을 시작할 때 주변의 우려와 달리 학원은 점점 번창하여 규모가 커지게 된다. 하지만 학원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쟁 업체들과 대립하게 되고 처음 의도와는 다르게 초심에서 점점 멀어지는 모습에 고로와 지아키의 의견대립도 점점 극에 달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교육에 대한 초심을 잃고 과도한 경쟁에 휘둘린 지아키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확고한 철학관을 잃으면서 사회에 휩쓸리게 되는 과정이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을 담고 있는 듯해 보이지만 자신의 신념으로 외부 압력에서부터 버텨내는 것이 실상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엿볼 수 있는 소설이다.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교육 가치관을 심어주기보다 아이 인원수가 돈과 이어져 가식과 비즈니스가 난무하는 요즘 학원가를 볼 때 학교나 학원가나 자신이 가졌던 신념은 집단과 사회성에 무뎌져버리고 그런 자신의 모습에 씁쓸해하는 모습이 책을 읽으면서 낯설지 않은 기시감으로 다가와졌다.

일본 교육관을 그대로 이어받았던 한국 교육의 역사를 볼 때 우리나라의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에서 아이를 키우는 부모로서 공감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그동안 부정적인 견해로만 보았던 학원가의 이야기에 깊은 고민과 교육적 철학을 담은 이야기라 색다르게 다가왔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사교육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나름대로의 신념이 있었으나 아이를 낳고보니 대한민국의 수많은 엄마들이 왜그리도 쉽게 흔들리는지, 흔들릴 수 밖에 없게 만드는 불안한 교육 시스템 앞에서 나 혼자만의 신념으로 아이를 잘못 키우는 것은 아닐까 싶은 조바심에 교육관 또한 이렇게 해도 후회, 저렇게 해도 후회로 다가오는 상황이 못내 씁쓸하기만하다.

일본을 비롯해 한국에서도 경쟁으로 인한 과도한 교육열이 문제화되곤하는데 누구를 위한 교육인가?에 촛점을 맞춘다면 배가 산으로 가는 상황은 좀 덜해지지 않을까, 교육이 처해있는 문제점을 다시 되돌아볼 수 있는 작품이라 <초승달>을 원작으로 이제 곧 시작하는 드라마도 기대가 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