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괄량이 길들이기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셰익스피어 전집 3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도해자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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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INE / 말괄량이 길들이기 /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셰익스피어의 희극 중 가장 유명한 작품 중 하나인 <말괄량이 길들이기>는 제목이 주는 밝고 경쾌하며 즐거운 주제와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기이다.

이야기 그대로만 받아들인다면 요즘 세상에 논란의 중심에 서도 모자람이 없지만 그것을 셰익스피어 나름의 해학과 풍자로 풀어놨다고 생각하면 그 당시 시대상과 그것에 발맞춘 사람들의 인식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가 살았던 시대가 그러했듯 셰익스피어의 작품 대다수에는 그 시대상을 반영하는 여성에 대한 비하와 뚜렷한 남존여비 사상과 물질적으로 치우친 인간 관계를 적나라하게 담아내고 있어 해학과 풍자라지만 불편하게 다가오는 내용들이 꽤 있다. 하지만 그런 불편함 뒤로 영국인들의 위트와 말장난이 그대로 녹아든 이야기는 지금까지와의 근심걱정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만큼 재미있게 다가오기도한다. 그런 이중적인 요소들이 셰익스피어 작품을 읽는 매력일텐데 그럼에도 <말괄량이 길들이기>란 작품은 지금껏 읽었던 그의 작품들 중 가장 불편하게 다가왔다.

동네에 내로라하는 술주정뱅이 '슬라이'는 돈도 제대로 치르지 않고 술집에서 쫓겨나게 되고 그대로 길가에 잠들어버린다. 그것을 본 영주는 슬라이를 골탕먹여줄 생각으로 술 취한 '슬라이'를 데려다 그가 잠이 깨면 십여년이 넘는 세월동안 잠에서 깨지 못한 영주라 칭하며 연극을 꾸미게 되는 서막을 시작으로 본극으로 넘어간다.

파도바에 사는 갑부 '밥티스타 미놀라'에게는 성격이 포악하고 괘팍한 '카테리나'라는 큰 딸과 정숙하며 아름다운 둘째 딸 '비앙카'가 있다. 성격이 포악하기로 소문난 카테리나에게는 아무도 구애를 펼치지 않지만 정숙하기로 소문난 둘째 비앙카에게는 나이든 부자인 '그레미오'와 피사 출신의 '루첸티오', '호르텐시오'가 열렬한 구애를 펼친다. 하지만 그녀들의 아버지 밥티스타는 첫째 카테리나가 먼저 결혼을 해야만 둘째인 비앙카를 결혼시킬 수 있다고 선언하고 비앙카에게 구애를 펼치던 이들은 카테리나를 먼저 결혼시키기 위해 호르텐시오의 친구지만 사랑보다는 돈을 우선으로 여기는 '페트루치오'를 소개시켜주고 그렇게 처음 본 자리에서 그들의 결혼은 성사된다. 그 후에 펼쳐지는 비앙카를 둘러싼 이들의 구애 작전과 페트루치오가 카테리나를 길들이는 모습이 주를 이루는 이야기는 아무리 시대상을 반영하고 있다고는하지만 부잣집에서 자유분방하게 자신의 의사를 표현하며 자라온 카테리나를 결혼 후 가학적인 방법으로 길들이는 페트루치오의 모습에 분노하게 될 수밖에 없었다.

성격이 포악하기로 소문난 카테리나를 길들이기 위해 아내인 카테리나보다 먼저 더 많은 화를 내고 그녀가 마음에 안드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밥을 주지 않거나 잠을 재우지 않고, 맘에 드는 옷과 모자를 돌려보내는 등 사랑이란 이름을 교묘하게 담아 그녀를 길들이는 방식은 너무하다 싶게 다가온다. 그 후 카테리나는 온순하게 길들여져 마지막 장면에서 남편의 부름에 누가 가장 빨리 오나란 내기에 예상을 깨고 제일 먼저 달려오면서 페트루치오는 자신만만하고 득의양양한 모습을 보이며 자신의 아내이며 소유물이자 막대한 결혼지참금을 챙겨온 아내를 길들였다는 환희에 차 있는 모습은 카테리나가 길들여졌다기보다 가학적인 행동을 하는 페트루치오의 연극에 장단을 맞춰주며 자기 나름대로 즐기고 있는 것이라 생각하며 독자 나름대로 열린 결말을 내려야 조금은 화가 누그러질 정도인지라 보는 내내 제목만큼 즐겁게 읽을 수가 없었다.

카테리나는 페트루치오에게 길들여진 것이 아니라 길들여진 척을 하는 것일 뿐 남성 앞에서는 동등한 입장이 될 수 없었던 시대에 어쩌면 카테리나의 모습은 현명함이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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