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이야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심지영 옮김 / 한국외국어대학교출판부 지식출판원(HUINE)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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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INE / 십이야 / 셰익스피어



<십이야>는 크리스마스로부터 12번째 되는 날로 영국의 엘리자베스 시대에는 전통적인 크리스마스 축하연의 절정을 이루는 밤이었다고 한다. 문화권이 달라 제목만 보고 그 의미를 충분히 이해하기에는 지식이 부족했기에 항상 제목이 주는 궁금증이 있었는데 막상 책을 펼쳐들면 크리스마스의 절정을 이루는 밤이라는 느낌보다는 태평해보일 정도의 사랑놀이와 백작의 사촌이라는 신분을 이용하여 올리비아의 집사에게 짓궂은 장난을 하는가하면 신분 상승을 꾀하는 집사 '말볼리오'와 올리비아의 시중을 드는 '마리아'의 모습은 최근에도 드라마 단골 주제로 자주 등장하는 재벌집 아들과 가난한 여인의 사랑을 다룬 시대극을 보는 듯하다.

일리리어로 향하는 배가 난파되어 서로의 생사를 모른체 떨어져야했던 쌍둥이 남매 세바스찬과 바이올라, 바이올라는 남장을 하고 '세자리오'라는 이름으로 올시노 공작의 집사로 들어가게 되고 올시노 공작은 올리비아 백작에게 구애를 펼치지만 올리비아 백작은 올시노의 사랑을 전하러 온 세자리오에게 마음을 빼앗기게 되고 생사를 알 수 없었던 쌍둥이 오빠 세바스찬은 이런 상황에 우연찮게 말려들어 올리비아와 결혼 서약을 하게 되면서 바이올라와 세바스찬은 극적으로 만나게 된다. 결국 올시노 공작에게 향한 마음을 가지고 있던 바이올라와 남장을 한 바이올라에게 마음을 빼앗겼던 올리비아 백작은 같은 외모의 세바스찬과 결혼하게 되는 해피엔딩으로 이야기는 마무리 된다. 하지만 서로 죽은 줄로만 알고 있던 남매의 상봉과 더욱이 공작과 백작의 배우자라는 신분 상승까지 거머쥔 두 남매의 이야기가 주는 극적인 요소는 가슴 설레는 극적인 감동보다는 첫 만남에 결혼까지 승낙하게 되는, 다소 이해할 수 없는 내용에 당시 시대상에 팽배해있던 신분 상승의 강한 열망을 본 듯하여 뒷맛이 쓴 느낌이었다.

주인공 네 사람은 어찌 됐든 서로의 짝을 만날 수 있었고 더군다나 로또 맞은 격의 신분상승까지 거머쥔 쌍둥이 남매의 극적인 요소가 희극처럼 다가올 수도 있으나 글을 읽으며 희극이기보다는 그 당시 사회 전반에 퍼져있던 인식에 대한 신랄한 조롱 같아 그들이 목숨 내놓는 사랑이란 의미가 순수하게만 다가와지진 않았다.

영국 특유의 말장난들이 재미있는 요소로 다가오기도하지만 반면 조롱을 한껏 담은 풍자로 다가와 양면의 느낌을 모두 받을 수 있었던 작품이었다.

'어떤 이들은 고귀하게 태어나고, 어떤 이들은 고귀함을 애써 얻으며, 어떤 이들은 자신에게 떠맡겨진 고귀함을 취한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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