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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여자 2 - 20세기의 봄
조선희 지음 / 한겨레출판 / 201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나는 그녀들과 함께 백년 넘게 산 기분이다.˝
작가의 고백처럼 ‘역사의 가방 음침한 골짜기‘를 걸어야했던 세 여자와 더불어 한 세기를 넘나들며 마음이 많이 소진됐다. 함께 벅차고 함께 절망하고 함께 분노하고 함께 인내한 시간이었다.
관습에 얽메인 시대, 디아스포라의 암담한 현실에서 뜨거운 가슴으로 삶을 껴안고 시대를 껴안았던 세 여자들은 운세주와 동지들처럼 역사와 함께 시대의 노을로 져갔다. 고명자, 주세죽처럼 무명으로 스러졌던 허정숙처럼 끝까지 영광을 누렸던 비껴간 영광의 그늘 속에서 그들이 품었던 열정과 이상의 싹은 아직도 푸릇푸릇하다. 허정숙, 허헌, 박헌영, 최창익, 김단야, 주세죽, 고명자!
되찾은 조국의 땅에 난무했던 광기들이 뜻밖의 결과를 산출하고 무수한 사람들의 목숨을 빼앗기게 한 것이 가슴저리게 아프다.
아름다움을 아름다움으로 자유를 자유로 평등을 평등으로 존중하며 우리의 아들, 딸들은 이 시대와 더불어 살고 있는가? 문득 질문을 던져본다!
"내 나이 벌써 육십여섯이구나. 오래도 살았네. 애비가 세상에난 것이 갑신년 정변 이듬해였으니 조선 땅에서 개화의 역사하고같이 나이를 먹은 거야. 내 생전에 나라가 풍전등화 아닌 적 없었고 더구나 식민통치까지 갔으니 명색이 동경서 근대 법체계를 공부했다는 자한테 이 현실이란 건 잠시 넋 놓고 쉴 틈도 허락지 않더란 말이지. 눈에 보이느니 모순투성이고 당장 팔 걷어붙이고 나서야 할 일들뿐이었으니, 권태롭고 나태한 인생보다는 살 만하지않았나 싶다마는 돌이켜보면 내가 한 일들 중에 태반은 안 해도좋은 일 아니었나 싶구나, 지금 하는 짓이 무엇인지 모르는 게 사람의 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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