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의 유령
언제부터였을까, 내가 내 친구의 유령을 갑옷처럼 두르고 살기 시작한 것은? 아무것도 입지 않고 추운 겨울 길거리를 헤매고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나는 유령들을 입고 있었다. 유령들은 고운 목도리가 되어주었다. 때때로 투명한 격벽이 되어 눈물과 웃음이 섞이지 않게도 해주었다. 눈물은 눈물 따로, 웃음은 웃음 따로였다.
밀키스느타리냉국
"으웩. 그럼 나는 오징어 카스테라." "해산물과 디저트를 섞는 건 식상한 패턴이야. 오징어 카스테라 받고, 삶은 오이." "삶는 것만으로도 싫어져버리네. 인정. 밀키스 느타리 냉국."
이십 년
그러니 여러분, 앞으로의 이십 년을 버텨내세요. 쉬운 일은 아닐 테지만 모퉁이가 찾아오면 과감히 회전하세요. 매일 그리되 관절을 아끼세요. 아, 지금 그 말에 웃는 사람이 있고 심각해지는 사람이 있군요. 벌써 관절이 시큰거리는 사람도 많지요? 관절은 타고나는 부분이 커서 막 써도 평생 쓰는 경우가 있고 아껴 써도 남아나지 않는 경우가 있어 불공평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모든 면에서 닳아 없어지지 마십시오.
가해였다
마티아스가 바란 대로였다. 아무도 그의 의도를 해득하지 못했고, 돌바닥에 깨진 그의 머리가 마지막으로 계획한 것들은 차곡차곡 실행되었다. 어떤 자살은 가해였다. 아주 최종적인 형태의 가해였다. 그가 죽이고 싶었던 것은 그 자신이기도 했겠지만 그보다도 나의 행복, 나의 예술, 나의 사랑이었던 게 분명하다
평생 쓸 오리발..ㅎㅎ
모자는 합의에 이르렀다. 저녁에 가게를 몇 군데 돌아 버클 하나 없이 통으로 만들어진, 규림의 발에 꼭 맞는 오리발을 찾아낼 수 있었다. 검은 고무였고 오래 지나도 갈라지지 않을 탄성이 느껴졌다. 규림은 그 오리발을 평생 쓰게 될 것임을 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