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의 서
6나는 삶에게 극히 사소한 것만을 간청했다. 그런데 그 극히 사소한 소망들도 삶은 들어주지 않았다. 한 줄기의 햇살, 전원에서의 한순간, 아주 약간의 평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빵, 존재의 인식이 나에게 지나치게 짐이 되지 않기를, 타인들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리고 타인들도 나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런데 이 정도의 소망도 충족되지 못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베풀지 않은 것처럼, 삶은 나를 그렇게 대했다.
6나는 삶에게 극히 사소한 것만을 간청했다. 그런데 그 극히 사소한 소망들도 삶은 들어주지 않았다. 한 줄기의 햇살, 전원에서의 한순간, 아주 약간의 평안, 생명을 유지할 수 있을 정도의 빵, 존재의 인식이 나에게 지나치게 짐이 되지 않기를, 타인들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리고 타인들도 나에게 아무것도 원하지 않기를. 그런데 이 정도의 소망도 충족되지 못했다. 마치 어떤 사람이 마음이 악해서가 아니라 단지 외투의 단추를 풀고 지갑을 꺼내기 귀찮아서 거지에게 적선을 베풀지 않은 것처럼, 삶은 나를 그렇게 대했다.-알라딘 eBook <불안의 서> (페르난두 페소아 지음, 배수아 옮김) 중에서
계몽사
「눈물의 진주」8)는 요술 할머니를 만나 눈물을 진주 목걸이로 바꾸는 소녀의 이야기이다. 목걸이를 걸고 무도회에 나간 소녀는 쾌활하고 사랑스러운 웃음소리로 임금님의 마음을 사로잡아 왕비가 되지만, 슬픈 일이 있어도 웃기만 하기 때문에 곧 마녀로 몰리고 만다. 이야기의 결말은 웃음소리의 원천인 진주 목걸이가 끊어지면서 소녀가 다시 울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8) 스웨덴 작가 안나 발렌베리가 쓴 이 동화는 지금은 절판된 계몽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32권 『북유럽 동화집』에 실려 있다.-알라딘 eBook <사람, 장소, 환대> (김현경 지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