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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글만리 1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3년 7월
평점 :
예전에 어떤 방송에서 중국제품 없이 살아보기를 시도했었습니다. 우리나라, 일본, 미국의 평범한 가정을 선정해서 한 달 동안 중국 제품 없이 살아보는 프로젝트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중국 브랜드, 브랜드와 상관 없이 제조를 중국에서 한 제품, 50% 이상 중국산 원재료를 사용한 경우 등의 기준을 두고 각 가정 안에 있는 중국 제품을 모두 수거해 컨테이너에 보관하고 한 달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한국, 일본, 미국... 나라는 달랐지만 세 가정에서 수거한 중국 제품의 양은 어마어마했습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까지 중국 제품이 장악하고 있어 충격적이었습니다. 우산을 하나 사려고 해도 중국 제품이 아닌 우산을 찾기가 어려웠고 전자제품에서 의류까지 중국의 손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는것도 충격적이었습니다.
공산품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먹는것만큼은 마트에 가서도, 시장에 가서도 가급적이면 중국산이 아닌 국내산으로 구입하려고 하는데 어떤 식재료는 국내산은 영 찾아볼 수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어느사이에 우리 생활 깊숙하게 중국산이 자리잡았고 중국산 없이는 살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는게 놀랍기만 합니다. 이렇게 중국이 모든 것을 장악하게 된다면 미래에는 중국에게 세계가 볼모로 잡힐 수도 있다는 공포가 생깁니다. '중국산'하면 싸구려로 치부하고 무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결코 중국은 우습게 보아서는 안되는 거대한 공룡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미국과 함께 영향력을 행사하는 G2 국가로 성장한 중국은 어쩌면 머지않은 미래에 미국의 끊임없는 견제를 뿌리치고 거대 강대국으로 혼자 우뚝 설지도 모르겠습니다.
조정래 작가가 소련의 갑작스런 몰락과는 다르게 발빠르게 문호를 개방하면서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중국을 배경으로 소설을 쓰고자 마음 먹은 후 20여 년을 고민해온 결과물이 이 책 <정글만리>라고 합니다. 글을 쓰기 전에 방대한 자료를 조사하고 준비한다는 거장 조정래 작가답게 이 책 또한 우리가 알고 있는 중국의 모습만이 아니라 생생한 날 것의 중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국, 중국, 일본, 미국, 프랑스 등의 다섯 나라 비즈니스맨들의 이야기가 빠르고 숨막히게 전개됩니다. 자본주의와 사회주의가 묘하게 공존하고 있는 중국이란 나라에서 그 어느 자본주의보다도 더 혹독한 욕망을 그려내고 있습니다. 뒤를 봐주는 인맥을 뜻한는 '꽌시(關係)' 문화도 생소하게 다가왔습니다.
중국에서 근무하던 중에 중국인 '꽌시(關係)'로 샹신원과 인연을 맺은 전대광, 의료사고로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일어서기 위해 중국 땅을 밟은 성형외과 의사 서하원, 베이징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던 전대광의 조카 송재형, 골드 그룹 회장인 미모의 여성 왕링링, 포스코의 중국 주재원 김현곤.... 등장인물들의 이야기가 하나씩 열리면서 커다란 하나의 그림을 그립니다. 그들은 정글과도 같은 비지니스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 치열한 삶을 살아갑니다. 세 권으로 되어 있는 <정글만리>는 생각보다 빠르게 읽혔습니다. 미처 알지 못했던 중국의 이면을 엿볼 수 있었고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만들었습니다. 유럽은 하나의 나라처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데 한국, 중국, 일본 동아시아의 세 나라는 기묘한 긴장관계에 있습니다. 먼 미래를 위해 우리는 어떤 준비를 해야하고 중국과 일본에 대한 외교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지 숙고해 봐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