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동냥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
나가오카 히로키 지음, 추지나 옮김 / 레드박스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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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개인적으로 단편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습니다. 짧은 호흡에 감정 이입이 될만하면 끝나버려서 읽다 만 느낌이 드는 경우가 많아 단편 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정말 좋은 단편은 수백 페이지에 달하는 그 어떤 장편보다 큰 마음의 울림을 주기도 하지만 그런 단편을 만나기가 수월하지 않습니다. 그런저런 이유로 단편보다는 장편을 선호하는데 그나마 미스터리 소설은 흥미로운 단편을 만나는 경우가 제법 있습니다.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 부분 수상작인 나가오카 히로키의 <귀동냥>은 좋은 단편일거라는 기대로 읽기 시작했습니다. 표제작 <귀동냥>을 포함한 네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한 편, 한 편이 소소한 반전을 지니고 있습니다.

 

교통사고로 평생 휠체어 신세를 지게 된 약혼녀를 둔 구급대원이 같은 구급대원 상사인 장인과 함께 칼에 찔린 응급 환자를 이송하게 되는데 그 환자는 하필 약혼녀를 장애인으로 만든 교통사고와 관계가 있는 검사였습니다. 응급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휴대폰을 든채 병원 주위를 돌게 만드는 장인과 그런 장인을 의심의 눈초리로 보게되는 구급대원의 이야기 <경로이탈>, 동료 형사였던 남편을 잃고 딸과 함께 사는 형사 하즈미 게이코는 보복 범행으로 자신의 딸이 다치지나 않을까 염려하는데 딸이 주소를 잘못 적어 보낸 엽서에 담긴 비밀을 다룬 표제작 <귀동냥>....

 

평소 호감을 갖고 있던 여자의 집에 화재가 나서 출동하게 된 소방대원 모로가미 쇼고는 집안에 있어야할 아이를 발견하지 못해 당황하는데 동료 대원이 아이를 구출했다는 연락을 받습니다. 움직이지도 못하는 생후 4개월 아이는 어디에 있었고 그 아이를 발견한 동료는 무슨 사연이 있는지 서서히 밝혀지는 <899>, 수감 생활을 마친 사람들의 재활 보호 시설을 운영하는데 회의를 느끼고 있는 주인공에게 남긴 마지막 메세지를 다룬 <고민상자>까지 네 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특별하고 엄청난 사건이 벌어지지는 않지만 잔잔하고 일상적인 이야기 속에 숨은 소소한 반전이 읽는 재미를 줍니다. 별것 아닌것 같은 일에 숨겨진 비밀을 찾아내는 수수께끼 풀이 같은 책이었습니다. 추리 소설을 좋아해서 연속해서 읽는 경우가 있는데 엄청난 사건들을 다룬 그런 소설을 읽다가 잠시 마음을 쉬고 싶을 때 읽으면 좋을 잔잔하고 편안한 추리 소설이었습니다. 나가오카 히로키가 장편을 쓰면 어떤 이야기가 될지 기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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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장미 자수 디자인
아오키 카즈코 지음, 배혜영 옮김 / 진선북스(진선출판사)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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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렸을 때 엄마가 동그란 자수틀에 천을 팽팽하게 당겨 넣고 한 땀, 한 땀 수를 놓던 기억이 있습니다. 바늘이 오르락 내리락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예쁜 무늬가 생기는 모습은 어린 제 눈에 신기하기만 했습니다. 엄마는 그렇게 한 땀, 한 땀 수를 놓아서 쿠션 커버도 만들고, 작은 주머니도 만들고, 예쁜 손수건도 만들어주셨습니다. 어쩐지 엄마의 자수가 놓인 물건들은 다른것들보다 특별하게 느껴졌습니다. 가끔은 예쁜 무늬와 함께 내 이름을 수 놓아 주시기도 하셨는데 그럴때면 더욱 특별한 사람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자수는 그렇게 내게 좋은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이제는 내게 수를 놓은 손수건을 주던 그 시절의 엄마만큼 커버린 내가 자수 놓기를 천천히 배워가고 있습니다. 학창시절 잠시 손에 잡았다가 한참을 잊고 있었는데 몇 년 전부터 자수에 관심이 생겨서 느리지만 천천히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조금 느리긴 하지만 조금씩 무늬가 생겨가는 재미가 제법 쏠쏠합니다. 다양한 자수 모티프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행복한 장미 자수디자인>은 장미만을 특별하게 다룬 책이라 관심이 갔습니다.

 

이 책은 그냥 자수 모티프를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 장미에 지대한 애정을 가진 저자의 에세이도 함께 만날 수 있는 책입니다. 장미를 직접 기르면서 장미의 모습을 기록해가면서 장미의 다양한 자수 모티프를 만들어 냈습니다. 리본 끈을 이용해서 장미와 흡사한 수를 놓는 방법은 신기했습니다. 장미만으로 책 한 권이 만들어질까 싶었는데 그런 우려가 전혀 필요없었을 정도로 다양한 장미 자수가 책 한 권에 가득 들어 있습니다. 앞치마에도, 도서관에 들고 다니는 천 가방에도, 조그만 동전 지갑에도, 벽을 예쁘게 장식할 액자에도 자수를 이용하면 정말 좋겠습니다. 당장 실천해 봐야겠습니다.

 

고운 자수를 한 땀, 한 땀 놓다보면 삐뚤 빼뚤한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고 뽀족 뽀족했던 마음도 둥글게 다듬어지는 기분이 듭니다. 복잡한 생각도 잊고 걱정 거리도 잊고 욕심도 잊고 오로지 바늘과 실에 집중하고 있으면 마음이 잔잔해 지는걸 느낄 수 있습니다. 아직은 생각과는 다른 무늬가 되어 당황하는 서툴기만한 초보자지만 언젠가는 마음 먹는대로 아름다운 수를 척척 놓는, 그래서 예쁘고 특별한 물건을 선물할 수 있는 그런 날이 오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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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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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들어 부쩍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마도 작년에 큰 일을 겪으면서 산다는것에 대해, 죽는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가나 봅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생각일 뿐 정답이 찾아질리 없습니다. 그저 하루 하루가 주어지니 그런데로 즐겁고 재미있게 그날 그날 살았을 뿐 삶의 가까이에 죽음이 있다는건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아주 가까운 곳에 항상 있었다는걸 이제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산다는 것에 대해 자꾸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왜 사는 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죽음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문득 산다는 것이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하늘이 주는 하루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기도 합니다.

 

'삶'에 대해 작가 위화만큼 절절하게 그려내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인생>이란 작품에서도 그렇고 <허삼관 매혈기>에서도 그렇고 위화의 작품을 크게 관통하는 주제는 '삶'과 '죽음'이 아닐까 합니다. 한 평생 고난을 견뎌내는 것으로 '산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 <인생>, 자신의 피를 팔아 가족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사람의 '산다는 것'을 보여준 <허삼관 매혈기>.... 그 외의 위화 작품도 이들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난을 견뎌내면서 묵묵히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해학이 넘치게, 때로는 찡한 감동으로 펼쳐내는 위화의 작품은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같은 동양권인 한국 소설, 일본 소설과는 또 다른 중국 소설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7일>은 '죽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주인공 양페이가 죽은 날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병든 아버지를 돌보느라 생활고에 시달리던 양페이는 홀연히 모습을 감춘 아버지를 찾아 헤매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관도, 무덤도 없는 양페이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갑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그곳에 남겨져있고 스스로의 의지로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양페이는 이곳의 어딘가에 아버지가 있을거란 생각으로 아버지를 찾아 다닙니다. <제7일>은 양페이가 죽음을 맞은 후 7일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양페이의 이야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역시 위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화답게 역시 산다는 것에 대한 물음을 던져줍니다. 소시민으로 살다가 무덤도 없이 죽음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간의 위화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죽음'의 공간을 떠도는 사람들을 통해서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죽음'조차 '삶'의 일부인듯이 느껴져 사후 세계가 이렇다면 죽는다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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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개의 영혼이 번지는 곳 터키 In the Blue 14
백승선 지음 / 쉼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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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은 언제나 설레임입니다. 여행을 떠나볼까 하는 생각을 하는 순간부터 구체적으로 여행을 준비하고 여행을 떠나서 돌아오기까지 여행은 처음부터 끝까지 설레임과 함께 하는 시간들입니다. 설레임이 때로는 감동과 편안함으로 바뀌기도 하고 때로운 아쉬움과 탄식으로 바뀌기도 합니다. 하지만 설레임이 어떤 모습으로 변하던간에 여행은 언제나 두근두근 마음을 흔들어 놓습니다. 좋은 사람과 함께 하는 여행은 기쁨과 슬픔을 함께 나눌 수 있어 좋고, 혼자 떠나는 여행은 내 안의 '나'와 온전하게 마주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아직은 혼자 하는 여행 보다는 함께 하는 여행에 익숙해져 있지만 앞으로는 '나'를 온전히 마주할 수 있는 여행을 많이 하고 싶습니다.

 

세상의 모든 종교와 세상의 모든 문화, 세상의 역사를 모두 품고 있다는 터키로의 여행은 언젠가부터 조금씩 꿈꾸고 있었습니다. 터키를 다녀온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극과 극을 달립니다. 어떤 이는 그곳만의 독특한 분위기와 사람들의 모습이 정말 좋았다고 하고 어떤 이는 기대가 컸는데 실망스럽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사람들의 이야기가 이렇든 저렇든 터키는 내가 꼽는 여행가고 싶은 나라입니다. 터키만의 동서양이 어우러져 있는 문화와 예술, 로마, 비잔틴 제국, 그리고 오스만 제국 등 다양한 역사, 착하디 착한 눈망울을 가진 사람들.... 꼽아보면 무척이나 매력이 넘치는 나라입니다.

 

<두 개의 영혼이 번지는 곳 터키>는 백승선님의 번짐 시리즈 중 하나입니다. 그동안 다양한 나라를 소개해줬던 번짐시리즈는 믿고 읽을 수 있는 여행 에세이입니다. 구체적인 여행을 준비할 때에는 여행정보가 가득 들어있는 여행 안내서가 필요하지만 평범한 일상에서 마음의 휴식을 찾고 싶을 때에는 번짐 시리즈 같은 여행 에세이가 제격입니다. 터키가 어떤 연유로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와 역사, 예술을 만들어 냈는지 이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됩니다. 터키의 곳곳을 담은 아름답고 서정적인 사진과 담백한 글을 함께 만날 수 있는 것도 이 책이 주는 즐거움이었습니다. 여행하고 싶은 나라가 마음 속에 차곡 차곡 쌓여갑니다. 그 많은 나라들을 언제 여행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쉽기도 하지만 이렇게 책으로 만나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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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설렘 크로아티아
감성현 지음 / 미디어윌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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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언젠가 우연히 본 사진 한 장으로 반해 버린 나라입니다. 그 후로 크로아티아는 나의 여행하고 싶은 나라 일순위로 자리잡았습니다. 발을 담그면 파랗게 물들것만 같은 물빛과 동화 속에서 나올것 같은 빨간 지붕의 소박한 집들이 내 마음을 확 사로잡았습니다. 크로아티아에는 매년 전체 인구의 2배가 넘는 수의 여행자가 찾아온다고 합니다. 아마도 아름다움을 보는 사람들의 눈은 비슷한가봅니다. 아름답고 평화로워 보이는 크로아티아가 마음에 자리잡은 이후로 크로아티아와 관련된 책이나 방송이 눈에 띄면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꼭 찾아보게 됩니다. 가보지 못하는 아쉬움을 책이나 방송으로나마 달래고 싶어 그런가봅니다. <낯선 설렘 크로아티아>도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이번에는 크로아티아의 어떤 면을 보여줄지 설렘으로 가슴이 두근두근했습니다.

 

언젠가부터 여행 에세이가 홍수처럼 쏟아져 나옵니다. 각박한 삶 속에서 가끔씩은 휴식같은 여행이 필요한 사람들이 많아서 그런가봅니다. 여행을 직업으로 삼아 여행을 한 후에 책을 내는 사람도 많아졌습니다.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하는 여행을 하면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 책의 저자도 여행을 많이 좋아하는 사람인가봅니다. 스토리 디렉터이자 작가, 작사가로 활동하면서 끊임없이 여행을 떠나는 여행중독자라고 합니다. 여행을 다녀오면 짧은 여행은 짧은 여행대로 긴 여행은 긴 여행대로 후유증이 있습니다. 그 후유증을 달랠 즈음 또 다시 여행을 하고 또 여행을 하고 또 여행을 하는 그런 여행 중독자가 아닐까 혼자 짐작해봅니다.

 

아쉽게도 이 책에서는 내가 생각하는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움을 만날 수 없었습니다. 저자는 크로아티아라는 여행지를 그다지 사랑하지 않았던게 아닌가 생각됐습니다. 저자가 이별 끝에 여행을 한 것인지 책 전반에 이별의 아픔이 묻어나고 있는것도 아쉬웠습니다. 에세이 속에 이별의 아픔이 조금씩 녹아 있었다면 거부감이 덜 했을텐데 처음부터 끝까지 이별의 느낌이 뚝뚝 떨어져서 여행 에세이라는 느낌이 들지 않았습니다. 크로아티아에 대해 이곳 저곳에서 보고 들은것이 제법 많습니다. 이제 머지 않은 때에 여행 가방을 꾸려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자연을 보면서 그동안 상상했던 곳과 현실의 그곳이 얼마나 닮았고 얼마나 다른지 직접 확인해 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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