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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일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 푸른숲 / 2013년 8월
평점 :
최근들어 부쩍 '삶'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이 많아졌습니다. 아마도 작년에 큰 일을 겪으면서 산다는것에 대해, 죽는다는 것에 대하여 생각하는 시간이 늘어가나 봅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은 생각일 뿐 정답이 찾아질리 없습니다. 그저 하루 하루가 주어지니 그런데로 즐겁고 재미있게 그날 그날 살았을 뿐 삶의 가까이에 죽음이 있다는건 미처 자각하지 못하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삶과 죽음은 아주 가까운 곳에 항상 있었다는걸 이제야 겨우 깨달았습니다. 그런 생각이 들고나니 산다는 것에 대해 자꾸만 고민을 하게 됩니다. 왜 사는 건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죽음은 또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 문득 산다는 것이 부질 없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다가 하늘이 주는 하루 하루가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기도 합니다.
'삶'에 대해 작가 위화만큼 절절하게 그려내는 작가가 또 있을까요. <인생>이란 작품에서도 그렇고 <허삼관 매혈기>에서도 그렇고 위화의 작품을 크게 관통하는 주제는 '삶'과 '죽음'이 아닐까 합니다. 한 평생 고난을 견뎌내는 것으로 '산다는 것'을 보여준 작품 <인생>, 자신의 피를 팔아 가족을 위기에서 구해내는 사람의 '산다는 것'을 보여준 <허삼관 매혈기>.... 그 외의 위화 작품도 이들의 분위기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고난을 견뎌내면서 묵묵히 살아나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때로는 해학이 넘치게, 때로는 찡한 감동으로 펼쳐내는 위화의 작품은 독특한 매력이 있습니다. 같은 동양권인 한국 소설, 일본 소설과는 또 다른 중국 소설만의 향기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제7일>은 '죽음'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주인공 양페이가 죽은 날부터 이야기는 시작됩니다. 병든 아버지를 돌보느라 생활고에 시달리던 양페이는 홀연히 모습을 감춘 아버지를 찾아 헤매다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게 됩니다. 관도, 무덤도 없는 양페이는 자신과 같은 처지의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갑니다. 그들은 저마다의 사연으로 그곳에 남겨져있고 스스로의 의지로 그곳에 남아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양페이는 이곳의 어딘가에 아버지가 있을거란 생각으로 아버지를 찾아 다닙니다. <제7일>은 양페이가 죽음을 맞은 후 7일 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그곳에서 양페이의 이야기,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역시 위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화답게 역시 산다는 것에 대한 물음을 던져줍니다. 소시민으로 살다가 무덤도 없이 죽음을 맞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그간의 위화 작품 속 등장인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이 책은 '죽음'의 공간을 떠도는 사람들을 통해서 '삶'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죽음'조차 '삶'의 일부인듯이 느껴져 사후 세계가 이렇다면 죽는다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겠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산다는 것과 죽는다는 것에 대해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