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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멈춤, 세계여행 - 함께여서 용감해진 자발적 백수 부부의 636일 간의 세계일주
오빛나 지음, 배용연 사진 / 중앙M&B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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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려서는 '세계 여행'이라는 말을 들으면 막연한 꿈같은 이야기로 생각됐습니다. 아무나 이룰 수 없는 꿈같은 이야기 말이지요. 하지만 해외여행이 쉬워진 요즘에는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 말입니다. 세. 계. 여. 행. 신혼 여행으로 세계여행을 떠나는 사람, 이 책의 저자처럼 집 전세금을 빼서 세계여행을 떠나는 사람, 엄마와 함께 세계여행을 떠나는 사람.... 서점에 가면 세계여행을 했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심심찮케 만날 수 있고 주위를 둘러봐도 세계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을 찾을 수 있습니다. 그만큼 세계를 여행한다는게 이제는 이룰 수 없는 꿈이 아니라는 반증이겠지요. 하지만 적지 않은 시간과 적지 않은 비용이 필요하기에 용기가 필요한 도전이라는것에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습니다.
<잠시멈춤, 세계여행>은 젊은 부부가 1년 9개월 간 여행한 세계여행 기록입니다. 원래 여행을 좋아했던 두 사람은 결혼 후 바쁜 일상에 쫓기며 살다 문득 결단을 내리고 세계여행을 준비합니다. 전세자금을 정리해서 여행 경비를 마련해서 세계여행길에 오릅니다. 양가 부모님의 허락을 받고 주변을 정리하는 과정이 벅차보였습니다. 잠시 이 나라는 떠나는데는 정리할게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시아를 시작으로 아프리카, 유럽, 중동, 남아메리카까지 그들의 여행길에 동행 해 봅니다. 636일간 52개국을 여행 한 그들의 여행을 따라가다보니 조금 숨이 찹니다. 오랜 시간의 여행을 책 한 권에 담으려니 그렇기도 하겠지요. 제목은 '잠시멈춤'인데 읽는 동안 멈춤 없이 여행하는 기분이 들어 아쉬웠습니다.
부부가 원하는 것이, 삶의 지향점이, 가치관이 비슷하다는 것은 정말 축복입니다. 결혼이란게 사랑이 바탕이 되어 이루어지는 것이지만 삶을 함께 꾸려가야하기에 그저 사랑만으로는 극복하기 힘든 부분들도 있습니다. 한 사람은 경제적인 안정이 삶의 최우선이라 현재의 행복보다는 미래를 계획하는 사람인데 한 사람은 경제적으로 부족하더라도 현재의 행복이 중요하다고 한다면 그 부부는 계속 부딪힐 수 밖에 없습니다. 한 사람은 여행을 좋아하는데 한 사람은 여행을 낭비라고 생각한다면 그것도 문제겠지요. 여행의 방식도 그렇습니다. 어떤 이는 조금 가난한 여행을 하더라도 여행을 많이 가기를 원하고 어떤 이는 한 번을 가더라도 편안하고 안락한 여행을 원할 수도 있습니다. 부부가 이런 부분들에 대한 가치관이 비슷하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요.
이 책의 저자들을 보면서 그런 부분이 참 좋아보였습니다. 여행하기를 좋아하고, 가난한 배낭여행일지라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여유가 있는 이 부부가 참 예뻤습니다. 지금 이 사람이 내 곁에 있어서 참 행복하다고 수시로 말하는 저자의 마음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평소 나의 여행 스타일을 보면 이런 세계여행은 어렵겠지요. 저질 체력이라 하루종일 돌아다니는 여행은 꿈도 못 꾸고 느리고 느린 여행 스타일인 내게는 세계 여행은 어렵기만 합니다. 느린 여행을 하는 나는 한 번에 한, 두 도시를 여행하는게 고작입니다. 이 책을 통해서 가고 싶은 여행지 몇 곳이 또 늘었습니다. 남편 손을 잡고 한 도시, 한 도시 천천히 느리게 여행하면서 늙어가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