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인에게 고한다

범인에게 고한다 ㅣ 미스터리, 더 Mystery The 10
시즈쿠이 슈스케 지음, 이연승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6월

유괴범과 유괴를 당한 아이의 부모의 대결을 그린 영화나 소설도 봤고 살인범이 경찰에 메세지를 보내면서 도발을 하는 영화나 소설도 읽었습니다. 이번에는 경찰이 연쇄살인범을 도발합니다. <범인에게 고한다>는 경찰이 텔레비전 방송을 통해 연쇄살인범에게 메세지를 보내면서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입니다. 이 책은 예전에 두 권으로 발간이 된 적이 있었는데 지금처럼 일본 미스터리가 널리 읽혀질때가 아니라서 조용히 묻혔던 작품이라고 합니다. 요즘은 일본 미스터리를 읽는 독자층이 많이 늘어 이렇듯 예전에 출간됐던 책이 재출간되는 경우가 종종 있어 일본 미스터리 팬의 한 사람으로 반가운 일입니다. 또한 어설프게 분권하지 않고 두툼하게 한 권으로 출간해 주신 점도 반가웠습니다.

마키시마는 6년 전, 유괴사건을 수사하다가 유력해보이는 용의자를 코 앞에서 놓치고 기자회견장에서 감정 컨트롤을 못하는 모습을 보인 후 시골 경찰서로 좌천되었습니다. 가나가와 현경에 경시감으로 부임한 소네는 낮은 검거율과 최근에 발생한 유아 연쇄살인을 해결하지 못해 위신이 추락한 현경을 살려내 자신의 출세를 도모할 묘안을 떠올립니다. '극장형 수사'로 현직 경찰을 방송프로그램에 내 보내 연쇄살인범의 반응을 끌어낸다는 계획입니다. 자칫 총알받이가 되기 쉬운 그 역할을 떠맡기기 위해 마키시마를 현경으로 불러들입니다. 마키시마는 6년 전의 실패를 끌어안고 연쇄살인범과의 대결에 나섭니다. 적당히 써먹고 버릴 마음으로 마키시마를 불러들인 소네의 계획은 성공할지, 마키시마는 범인에 대한 분노를 감추고 범인을 무대로 끌어내서 검거 할 수 있을지 이야기는 급박하게 흘러갑니다.

600페이지가 넘는 제법 두툼한 소설인데 막힘없이 술술 읽힙니다.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연쇄살인범 검거장면이 아니라 초반에 마키시마가 유괴범 수사에서 실패하는 장면을 꼽고싶습니다. 보이지 않는 범인과 그를 쫓는 형사의 묘한 긴장감이 고스란히 느껴졌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기자들에게 공격 당하고 딸은 위중한 상태로 병원에 있는 긴박한 상황에 쫓겨 폭주해버리는 마키시마의 심정이 절절하게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시간이 흘러 재출간되지 않았다면 어쩌면 읽지 못하고 지나쳤을 작품이라고 생각하니 정말 다행이라 생각듭니다. 앞으로도 좋은 소설은 시간이 지나도 계속 만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시즈쿠이 슈스케의 또 다른 작품이 출간 되었던데 조만간 꼭 읽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