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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이 일어나기 2초 전
아녜스 르디그 지음, 장소미 옮김 / 푸른숲 / 2014년 7월
평점 :
사랑하는 사람을 잃는다는 것은 그 어떤 고통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통일겁니다. 하물며 자식을 잃은 슬픔이란 차마 짐작할 수 조차 없습니다. 부모는 산에 묻고 자식은 가슴에 묻는다는 옛말처럼 자식의 죽음을 겪어야 하는 부모는 가슴속에 자식을 묻고 남은 생을 묵묵히 살아내야 합니다. 이 책을 받아들고 책날개에 적힌 작가 소개를 읽고는 마음이 울컥했습니다. 아픈 아들의 상태를 지인들에게 전하기 위해 매주 쓰던 이메일을 통해 글을 쓰고 싶다는 욕망이 생겼습니다. 아들을 잃은 절망에서 구출해준 것이 바로 글쓰기였습니다. 서른 여덟의 살에 소설 공모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커다란 슬픔을 겪은 사람은 그만한 깊음을 갖기 마련이라 그녀의 책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상당히 기대하면서, 혹시 실망스러우면 어쩌나 염려하면서 책을 읽어갔습니다.
마트 계산원으로 일하는 줄리는 미혼모로 생계를 책임져야만 합니다. 상사로부터 호되게 당한 어느날 눈물을 흘리는 줄리를 중년의 남자가 위로해줍니다. 그 남자는 첫번째 부인과 사별하고 그리움을 간직한채 냉장고 같은 두 번째 부인과의 30년 결혼생활을 얼마전 마감한 폴이었습니다. 곤경에 처한 줄리를 폴은 사심없는 마음으로 위로해주고 자신의 휴가길에 줄리를 초대합니다. 망설임 끝에 줄리는 아들 뤼도빅과 함께 폴의 별장으로 떠납니다. 그 휴가에는 또 다른 한 사람이 있었는데 폴의 아들 제롬입니다. 제롬은 얼마전 우울증에 빠진 아내가 자살한 후 아무런 감정없이 묵묵히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이렇게 저마다의 사연과 상처를 가진 네 사람이 어떻게 가까워지는지 자기의 상처를 어떻게 봉합하는지 조금은 유머러스하게 조금은 따뜻하게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이야기는 따뜻합니다. 어색했던 줄리와 경계하던 제롬이 조금씩 거리를 좁혀가는 걸 보는 것도 즐거웠고 너무나 큰 상처로 인해 제대로 아파하지도 못했던 제롬을 세 살짜리 뤼도빅이 천진하게 위로하던 장면도 마음이 따뜻했습니다. 줄리에게 도움을 주고 싶어하는 폴의 그 마음이 좋았고 뤼도빅을 너무나 사랑하는 줄리의 마음도 애잔했습니다. 오랜만에 읽는 동안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었습니다. 아녜스 르디그가 아이를 잃은 슬픔을 글 쓰는 것으로 조금은 극복했던 것처럼 책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각자의 슬픔을 극복해가는 모습들이 좋았습니다. 삶을 살아가는 동안, 누구나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슬픔을 겪게 됩니다. 그럴 때에는 이 책 속의 주인공들처럼 저마다의 방법으로 슬픔을 가누면서 살아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