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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배추 볶음에 바치다
이노우에 아레노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수첩 / 2014년 4월
평점 :
절판
대학 새내기 시절에 4학년 선배들이 엄청난 어른처럼 느껴졌던 기억이 생생하게 남아있습니다. 막상 내가 4학년이 되어보니 그렇지도 않았습니다. 그런 느낌은 계속 되어서 이십대엔 삼십대가, 삼십대 초반엔 삼십대 후반이, 삼십대 후반이 되니 사십대가 그렇게 느껴집니다. 아마도 그런 기분은 할머니가 되어도 계속 그렇겠지요. 하지만 조금은 알것도 같습니다.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지만 몇 살이 되어도 마음은 항상 어린 기분일거라는걸.... 아무런 욕심도 없고 모든 것을 해탈할것만 같아 보이는 나이가 되어도 내 마음은 어린 시절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에 간혹 놀라기도 합니다. 이 나이면 아무런 고민도 없고 욕심도 없을 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다는걸 내가 그 나이가 되어보니 깨닫게 됩니다.
<양배추 볶음에 바치다>에는 60을 전후 한 세 명의 여자가 등장합니다. 반찬가게 코코야를 운영하는 코코는 남편과 이혼을 했고, 그곳에서 10년째 일하고 있는 싱글 마쓰코, 남편과 사별하고 코코야에서 일을 하고 있는 이쿠코. 세 사람의 이야기는 요리 재료를 모티브로 하나씩, 하나씩 드러납니다. 다정다감하고 세심한 남편이 다른 여자를 사랑하게 되면서 이혼할 수 밖에 없었던 코코는 발랄함을 가장하고 여전히 남편을 그리워하면서 연락을 합니다. 첫사랑 슌과 30년 가깝게 지지부진한 만남을 이어가고 있는 마쓰코는 슌이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던 이유를 최근에야 알게됩니다. 두 살 된 아들을 잃은 후 남편을 원망하면서 살아야 했던 이쿠코는 몇 년 전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혼자가 되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사연을 가진 세 명의 여자 이야기가 잔잔하게 펼쳐집니다.
나이를 60쯤 먹게 되면 어떤 마음을 갖게 될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겪어온걸 생각하면 그 나이가 되어도 지금과 크게 다르진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사랑'과는 거리가 멀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지만 '사랑'은 나이하고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건 이젠 알고 있습니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살아온 세월만큼 사연도 쌓이고 연륜도 쌓여갑니다. 그저 사연만 쌓이고 나이만 먹어가는 어른이 되고 싶지는 않습니다. 여유와 연륜을 갖추면서 제대로 나이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했습니다. 잔잔하고 소소한 이야기였지만 '나'의 미래를 생각해 보는 기회를 준 좋은 책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