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단장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 - 서양미술사의 비밀을 누설하다
파스칼 보나푸 지음, 심영아 옮김 / 이봄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이 책의 저자는 자신은 관음증 환자라고 말합니다. 세상에 제일 재미있는 구경이 싸움구경, 불구경이라는 말이 있는것처럼 무언가를 구경하는 것, 더군다나 몰래 훔쳐보는것만큼 스릴 넘치고 흥미진진한 것이 있을까요. 그런 의미에서 나 또한 관음증 환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환자'라는 표현이 좀 거북하긴 하지만 '환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훔쳐보는걸 좋아하는건 사실입니다.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면서 불켜진 앞 동의 거실들을 쳐다보는것도 재미있고 길 건너 신호등 앞에 서 있는 사람들을 쳐다보는 것도 재미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림 보는 것도 좋아합니다. 그림에 대해서 많은 것을 알고 깊이 있는 지식을 갖고 보는것은 아니고 그저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림을 보면서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상상해 보는 것도 즐겁고 아름다운 색들의 조화를 보는 것도 즐겁습니다.

 

<몸단장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는 서양 미술 속의 누드화를 다루고 있습니다. 명화라고 일컬어지는 작품들 중에는 누드화가 상당 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어쩌면 누드화를 빼고는 서양 미술을 논할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서양 미술을 전반적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줍니다. 책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그녀'들은 화가들 앞에 벗은 몸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옷을 벗고, 목욕을 하고, 몸을 말리고, 머리를 빗고, 거울을 보며 화장을 하고 옷을 입는 과정을 다양한 그림과 함께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화가 앞에서 옷을 벗는 그녀들과 그녀들을 훔쳐보는 남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습니다. 훔쳐보는 남자의 입장보다 화가들 앞에서 옷을 벗은 그녀들의 마음을 더 대변하고 있습니다.

 

이 책을 읽는게 조금 힘들었습니다. 어쩐일인지 문장을 읽어도 머릿속을 그저 단어들이 휘젓고 다닐뿐 문장이 가슴에 와닿지가 않았습니다. 저자가 이야기하는 것들을 온전히 이해하지 못해서 아쉬웠지만 베르메르, 렘브란트, 부셰, 드가, 피카소, 로이 리히텐슈타인의 그림들을 만날 수 있었다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흐뭇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다시한번 책을 차근차근 곱씹어 가면서 읽어봐야 겠습니다. 몸단장 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의 마음을 가지고 천천히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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