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

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
박하와 우주 지음 / 예담 / 2013년 6월

세상을 떠난 사람보다 남겨진 사람의 고통이 더 크다는 생각이 들곤합니다. 세상을 떠나 본 적이 없으니 세상을 떠난 사람의 마음은 짐작조차 할 수 없고 남겨진 사람의 마음은 조금이라도 짐작할 수 있으니 그런 생각을 하는건지도 모르겠지만 말이지요. 만약 떠나는 사람과 남겨진 사람 역할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면 남겨진 사람 보다는 떠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이기적인 생각을 합니다. 남겨진 아픔을 끌어안고 살아간다는 것은 생각만해도 가슴이 저릿저릿해지는 아픔이 느껴집니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은 이렇듯 가슴 아픈 일인데 하물며 사랑하는 사람을 뜻하지 않게 누군가에 의해서 잃게 된다면 그 아픔과 분노는 얼마나 클까요... 감히 상상할 수 조차 없습니다.

<나는 어제 나를 죽였다>는 이렇게 누군가에 의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남겨진 사람들이 등장합니다. 범죄피해자 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장준호 박사의 주최로 범죄로 사랑하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이 한 곳에 모이게 됩니다. 장준호 박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고통 속에서 살아가고 있는 그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서 30일 일정의 외상후 증후군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했습니다. 연쇄살인범에 의해 아내를 잃은 도아, 유치원 선생의 방화로 아들을 잃은 수애, 보모에 의해 쌍둥이 남매를 잃은 상처를 가진 엄마 유나.... 각기 다른 이유로 사랑하는 사람을 잃고 고통을 받고 있는 그들은 같은 고통을 받고 있다는 유대감을 갖게 됩니다.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모인 그들에게 뜻밖의 사건이 벌어지고 하나, 둘 살해 당하게 됩니다. 그들에게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걸까요...

이 책은 독특하게도 부부가 함께 쓴 소설입니다. 검찰청에 근무하던 부부는 범죄피해자를 가까이 보면서 그들의 고통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고 그 이야기 속에서 이 소설의 모티브가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쉼 없이 읽어내려갈 만큼 가독성이 좋았습니다. 복잡하게 꼬아놓은 부분 없이도 책을 다 읽은 후 다시 한 번 이야기를 더듬어보게 만들기도 합니다. 부분부분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이 있기도 하지만 모처럼 재미있는 한국형 미스터리를 만나서 반갑고 즐거웠습니다. 이 책은 박하와 우주 작가의 첫 작품입니다. 그들의 다음 작품이 기대됩니다. 일본 미스터리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완성도 높은 한국형 미스터리 소설을 앞으로도 계속 출간해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