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소년 1
이정명 지음 / 열림원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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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 깊은 나무>, <바람의 화원> 등의 팩션 소설로 나의 마음을 확 사로잡은 작가 이정명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은 반갑기만 했습니다. 더군다나 장편 소설이라고 하니 더욱 기대가 됐습니다. 이번에는 수학 천재의 이야기라는데 어떤 전개로 나를 기쁘게 만들어줄지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책을 읽기 전에 수학 천재가 등장하는 소재를 보고 <박사가 사랑한 수식>이 떠올랐습니다. 가슴을 아련하게 만들었던 그 책과는 다른 분위기겠지만 소설에는 흔히 등장하지 않는 '수학'이라는 소재를 다뤘다는 점에서 머릿속에 떠올랐습니다. 학창시절 수학을 좋아했던터라 수학문제나 숫자를 이용해서 풀어나가는 이야기를 좋아하는데 그리 흔하게 만날 수 없기에 이 소설이 더욱 반가웠습니다.

 

살해 현장에서 체포된 길모는 아스퍼거 증후군을 앓고 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증의 일종으로 사회적인 관계를 맺기 어려운 질환입니다. 발견된 시신은 알콜로 얼굴이 닦여 있었고 시신의 주변에는 수수께끼같은 숫자와 기호, 문장이 피로 쓰여 있었습니다. 모든 정황은 길모를 범인으로 가리키고 있었고 묵비권을 행사하는 길모를 취조하지만 입을 열지 않습니다. 길모를 두둔해주는 병감 소속 간호사 안젤리나에게 수학적인 공감대를 발견하고 자신의 삶과 의문의 살해현장에 대한 단서를 조금씩 털어놓기 시작합니다. 수학 천재이며 꽃제비였고 세계를 떠도는 난민이며 1급 범죄자인 자신의 삶을 수학적인 단서들을 이용해서 풀어나갑니다. 1과 자기 자신으로 밖에 나눌 수 없는 외로운 소수를 좋아하고 대칭을 사랑하는 거짓말을 할 수 없는 길모의 삶은 어떤 비밀을 가지고 있을까요.

 

조금씩 드러나는 길모의 인생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안타까웠습니다. 얼마전 요리 서바이벌 프로그램에서 봤던 어려서 탈북했던 아가씨가 생각났습니다. 탈북 전 날 자신이 너무 많이 먹어서 빨리 뛰지 못하는 바람에 아버지가 탈북에 실패했고 아직까지도 만나지 못하고 있다고 자신을 질책하며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이야기는 요즘 세상의 이야기가 아닌듯 했습니다. 옛날 옛적에 전쟁을 겪었던 사람들에게나 있을법한 이야기가 현재에도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습니다. 그녀의 이야기를 길모의 이야기 속에서도 찾을 수 있었습니다. 고단한 삶을 살아야했던 길모와 그녀의 인생이 평화롭고 행복하기를 빌어봅니다. 기대가 컸던반면 조금 실망스러웠지만 특별한 소재의 소설을 읽는 즐거움은 맛 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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