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성 탐정 이상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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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라 불리우는 시인이자 소설가 이상... 그의 난해한 작품을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지만 독특한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의 대표 작품인 <오감도>는 난해한 시로서 독자들의 강력한 항의로 연재를 중단되기도 했다고 합니다. 하긴, 지금 읽어도 난해하니 당시 시대 상황을 생각하면 그럴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이해하기 힘든 그의 작만큼이나 기생 금홍과의 사랑, 베일에 쌓인 죽음 등 그의 삶도 독특해서 후대의 조명을 계속 받습니다. 영화 <금홍아 금홍아>, <건축무한육면각체의 비밀> 등으로, 또는 연극으로, 소설로 끊임없이 재조명되는 이상을 이번에는 탐정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습니다. 천재라 불리고 독특한 생각을 갖고 있던 이상은 탐정 역할에 제격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염상섭의 부름을 받고 신문사를 찾아간 구보는 그곳에서 이상을 만납니다. 첫인상은 그다지 좋지 않았지만 둘은 금세 친구가 됩니다. 신문사에서 염상섭은 '구인회' 에 입회 테스트 삼아서 이상과 구보에게 살인사건을 해결해 보라고 합니다. 창경궁에서 발견된 미녀의 시신 곁에는 영국 낭만파 시인 셸리의 시 <사슬에서 풀려난 프로메테우스>가 적힌 종이가 놓여 있습니다. 이상과 구보는 조사 끝에 셸리의 시와 그녀의 죽음 사이에 어떤 관련이 있는지 밝혀내고 범인도 찾아냅니다. 그 후로도 이상과 구보 콤비는 심령 사진이 얽힌 사건, 간송 전형필의 의뢰 등을 해결합니다. 계속되는 미스터리한 사건들을 해결해 가면서 그 뒤에 숨겨진 '힘'을 가진 인물도 서서히 수면으로 떠오릅니다.

 

이 소설은 연작으로 각각의 사건을 해결해 가면서 커다란 그림이 드러나는 형태를 띄고 있습니다. 조금 더 미스터리한 플롯이 등장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은 있지만 실존했던 인물들의 등장이 읽는 재미를 줍니다. 소설가 김유정의 등장이나 간송 전형필이 얘기하는 간송 미술관에 관련한 사실들, 나비 박사 석주명의 잃어버린 나비 표본이나 조선총독부 청사에 얽힌 이야기 등도 사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이 소설의 묘미가 아닌가 합니다. 앞으로도 시인 이상을 탐정의 모습으로 만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탐정 이상은 매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다음에는 조금 더 추리 소설의 맛을 한껏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다시 만나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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