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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 - 김별아, 공감과 치유의 산행 에세이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2년 5월
평점 :
책 날개에 적힌 "두려움과 몰이해 속에 사십여 년 동안 '평지형 인간'으로 살았던 작가" 라는 표현이 마음에 훅 와닿았습니다. 나 또한 지극한 '평지형 인간'으로 살아왔기 때문이지요. 산이 좋다는 사람들이 도대체 이해가 되지 않았고 힘겹게 올라가서 다시 내려와야 하는 산에 오르는 이유도 알 수 없었습니다. 억지로 끌려갔던 산행에서 숨이 턱턱 막히고 다리가 후들거리는 경험을 한 이후로 산에 오른다는걸 철저하게 싫어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렇게 산하고 나하고는 인연이 없다는 생각으로 살았는데 작년에 언니의 회유와 설득에 넘어가 가까운 산에 간 이후로 산의 매력을 조금 알게됐습니다.
돌이켜 생각해보면 예전에 갔던 산행은 내 수준에 맞지 않는 코스여서 자연을 느껴볼 마음에 여유도 없이 그저 힘들기만 했었습니다. 언니하고 가까운 산에 갔을때는 그리 힘든 코스도 아니였고 내가 갈 수 있는만큼 갈 수 있는 속도로 천천히 산행을 하겠다는 마음이어서 부담이 없었고 힘은 들었지만 물소리, 바람소리, 새소리도 들리고 산이 간직하고 있는 싱그러운 향기들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조금씩 조금씩 산행의 거리를 늘려가다 보니 체력이 점점 좋아지는것도 느껴지고 여름엔 여름대로, 가을엔 가을대로, 겨울엔 겨울대로, 봄엔 봄대로 산이 주는 매력을 조금씩 알게됐습니다. 지금도 산행에 자신이 있다거나 산의 매력을 완전히 안다거나 하진 않지만 조금씩 조금씩 산과 친해지고 있는 중입니다.
<괜찮다, 우리는 꽃필 수 있다>의 저자 김별아씨도 처음엔 산과 친하지 않았지만 점차 산이 좋아져 백두대간을 완주했다는 이야기가 내 마음을 끌었습니다. 백두대간은 백두산의 '백' 자와 지리산의 다른 이름인 두류산의 '두'자가 합쳐져 만들어진 말이라고 합니다. 지난해에는 1~16차의 여정을 담은 <이 또한 지나가리라>에 이어 이번 책에서는 2010년 3월부터 2011년 11월까지 서른아홉 번의 주말 산행으로 백두대간 남한 구간을 완주한 기록을 담았습니다. 산행을 앞두고 긴장과 두려움이 느껴지던것이 설렘으로 바뀌기까지의 여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다양한 작가들의 시를 만날 수 있는것도 좋았고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나도 함께 백두대간을 오르는 기분이었습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거북이 걸음처럼 묵묵히 백두대간 종주를 이루어낸 것에 존경심이 생깁니다. 아직은 백두대간에 도전할 용기는 없지만 지금처럼 조금씩 산과 친해지다 보면 나도 언젠가는 백두대간 종주를 이룰 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 봅니다. 일단 올해가 가기 전에 지리산 종주는 꼭 해보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