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남자의 문제
하워드 제이콥슨 지음, 윤정숙 옮김 / 은행나무 / 2012년 5월
평점 :
절판


언젠가부터 영국 문학상인 맨 부커상이 아주 친숙해졌습니다. 얀 마텔의 <파이 이야기>, 이언 매큐언 <암스테르담>, 줄리언 반스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 등 국내에 출간된 부커상 수상작들이 즐비합니다. 부커상은 노벨문학상, 프랑스 공쿠르 문학상 등과 함께 세계적인 문학상 중 하나라고 합니다. 부커상은 일반 독자들의 의견을 반영해서 수상작을 결정한다고 하는데 그런 때문인지 그동안 만났던 부커상 수상작들을 돌아보면 작품성은 물론 재미까지 갖춘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부커상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나온 작품은 놓치지 않고 읽고 있는 중입니다. 얼마전 읽었던 줄리언 반스의 <예감은 틀리지 않는다>도 아주 흥미진진하게 읽은터라 이번에 나온 하워드 제이콥슨의 <영국 남자의 문제>도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설은 세 남자의 이야기입니다. 준수한 외모를 가졌지만 자꾸만 실패를 거듭하는 줄리언 트레스러브와 최근 부인과 사별한 아픔을 가진 기자 리보르 세프치크, 줄리언 트레스러브와 동창인 철학자 샘 핑클러... 이렇게 세 남자가 소설의 주인공입니다. 샘과 리보르는 유대인이라는 점과 사랑하는 아내를 잃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상실감이 절절하게 느껴졌습니다. 상실할 기회조차 없었던 줄리언은 공통점으로 묶여 있는 두 남자를 은근히 부러워하며 유대인의 세계에 편입되고 싶어합니다. 어느날 줄리언은 유대인 여성 헤프지바를 알게되고 마음을 빼앗깁니다. 줄리언은 이제 영원한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요.

 

'43년 부커상 사상 최초의 유머 소설'이라는 책소개가 책을 읽고나니 그다지 와닿지는 않았습니다. 유머 소설이라기에는 마음을 울리는 짠함이 있고 유머 코드가 달라서 그런지 그다지 유머스럽게 느껴지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그 부분은 기대와 다르다는 이야기이지 이 소설이 좋지 않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희극적인 부분만 강조한 책 소개문구를 과도하게 믿어버린 때문이지요. 하워드 제이콥스의 <사랑의 행위>가 조만간 출간된다고 하니 기다려야겠습니다. 그 책을 읽고나면 하워드 제이콥스 작품의 정체성을 좀 더 명확하게 알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희극으로 시작해서 짠함을 남긴 <영국 남자의 문제>는 '상실'과 '관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는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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