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아찔한 경성

이토록 아찔한 경성 - 여섯 가지 풍경에서 찾아낸 근대 조선인들의 욕망과 사생활
김병희 외 지음, 한성환 외 엮음 / 꿈결 / 2012년 5월

학창시절 국사 시간에 배우는 근대사는 고작 몇 페이지에 불과했습니다. 요즘 국사 교과서는 얼마나 달라졌을지 모르겠지만 근대사 부분에서는 대략적인 맥락만 짚어줄뿐 많은 이야기를 다루어주지 않았습니다. 하긴 교과서라는게 얼마나 깊이 있는 진실을 다루고 있을지 의심스럽기는 하지만말이죠. 무언가 가려져있다는 느낌때문인지 근대사는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고 내가 자발적으로 책을 찾아 읽는것으로 호기심을 달랬습니다. 시중에는 근대사를 다룬 다양한 책들이 많이 나와있어서 다양한 시각으로 바라본 근대 조선의 역사를 만나볼 수 있었습니다. <이토록 아찔한 경성>도 그런 호기심으로 접하게 됐습니다. '경성'이라는 단어가 주는 묘한 느낌과 '아찔한'이라는 단어가 주는 자극적인 호기심에 냉큼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이토록 아찔한 경성>은 2년 간 방송됐던 OBS 특별기획 프로그램 <세상을 움직이는 역사>에서 다뤘던 특강 중에 여섯 가지 주제를 책으로 엮었습니다. 책은 주제에 맞게 크게 여섯 부분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광고로 본 근대의 풍경, 대중음악으로 본 근대의 풍경, 사법제도로 본 근대의 풍경, 문화재로 본 근대의 풍경, 미디어로 본 근대의 풍경, 철도로 본 근대의 풍경.... 각 분야의 전문가들의 강연을 많은 사진 자료들과 함께 정리, 수록하고 있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각 주제의 끝부분에는 ‘역사토크-만약에’라는 사회자이자 인문학자 남경태씨와 각 강연자의 대담이 실려있어서 다양한 생각할거리를 던져줍니다. 만약에 이랬다면 역사는 어떻게 되었을까 하고 이런저런 가정을 해보는것도 이 책을 읽는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사재를 털어 문화재를 수집한 간송 전형필 선생의 이야기는 인상적이었습니다. 아무리 많은 재산이 있다고하더라도 사회적인 공헌에 모든것을 쏟아붓기는 어려운 일이었을텐데.... 그 분의 그런 문화재 수집 노력이 없었다면 그 많은 문화재를 지금 볼 수가 없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기까지 합니다. 일제치하에서의 다양한 광고들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어려운 시국일지라도 사람들이 살아가는건 마찬가지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다 읽고나니 책 제목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보게 됩니다. 나조차도 자극적인 제목에 호기심이 일기는했지만 꼭 그런 제목을 붙일 필요가 있었을까 싶어졌습니다. '경성'에서 벌어졌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엮은 책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