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욕망해도 괜찮아 - 나와 세상을 바꾸는 유쾌한 탈선 프로젝트
김두식 지음 / 창비 / 2012년 5월
평점 :
어려서는 내가 대단한 사람이 될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대단한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주위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어떤 사람이 될거라는, 되고싶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런 생각을 왜 하게 됐을까요. 내 안의 욕망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다른 사람의 욕망을 쫓은거라는걸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았습니다. 부모님이 좋아하니까, 다른 사람들 앞에 자랑하고 싶으니까.... 그런 생각들이 마음 깊은 곳에 자리잡고 있었구나 싶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니까 어떤 일을 해야겠다거나 이러이러할 때 나는 행복하니 이런 사람이 되야겠다고 생각하는게 아니라 막연하게 주위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는 사람이 되겠다는 생각만큼 막연하고 위험한 생각은 없을거라는걸 지금은 알고있습니다.
김두식님을 처음 만난건 <불편해도 괜찮아>를 통해서였습니다. 좋은 책이라는 느낌이 들어 그 책을 시작으로 <불멸의 신성가족>과 <헌법의 풍경>까지 연속으로 읽었습니다. 참 다양한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이구나 하는 느낌이었는데 이번에는 '욕망'에 관한 솔직한 고백을 다루고 있습니다. 의식하고 있든, 의식하고 있지 못하든 우리 마음 속에 자리잡고 있는 다양한 욕망들에 대해서 자신의 경험을 들어가며 솔직하게 이야기합니다.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망, 중년의 남자의 사랑을 통해 들여다보는 그들의 욕망, 경계에 선 중산층의 욕망들, 몸과 살에 대한 욕망... 규범 안에서 선을 지키면서 살았던 저자가 선을 뛰어넘지는 못하지만 선을 조금씩 넓혀가고 있다는 고백은 크게 공감이 갔습니다. 정해놓은 규범 안에서 선을 지키며 사는데 안락함을 느끼는 내 마음 같아서 그랬습니다.
내 안에 있는 세속적인 욕망들을 감추고 억제하고 꼭꼭 눌러야 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그게 어른스럽고, 그게 세련된 처세고, 그게 배운 사람의 자세라고 무의식적으로 체득한게 아닌가합니다. 이 책에선 솔직하게 욕망해도 괜찮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히려 솔직하게 욕망하고 인정하는게 사회적으로 희생양을 만들어 매장시켜버리는 문화를 없애는데 도움이 될거라는 생각이 듭니다. 책을 읽는동안 주제가 모호하다는 느낌이 들긴했지만 솔직한 저자의 이야기를 듣는 재미가 있었던 책입니다. 다음에는 어떤 시각을 가진 책을 내놓을지 기다려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