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이는 갈색머리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외롭게 태어난다
타오 린 지음, 윤미연 옮김 / 푸른숲 / 2012년 2월
평점 :
품절


마흔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내 나이, 가끔은 내가 '청춘'인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기준에 따라서 청춘이라고 할 수도, 청춘이 아니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아직은 '청춘'이라고 생각하는 마음이 더 큽니다. 어쩌면 흰머리가 성성한 할머니가 되어서도 '아직은 청춘'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스무 살, 대학 신입생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십 수년 전의 일이라고 깨닫고나면 깜짝 놀라고 맙니다. 그만큼의 세월이 흘렀구나 싶어서 말이죠. 어쩌다 텔레비전에 90년대 자료화면이 나오는걸 보면 내 기억 속의 그 시절은 그렇지 않았는데 실상은 저렇게 촌스러웠나 싶기도 합니다. 세월이 흐른만큼 내 마음도 그만큼 자랐으면 좋았을텐데 어디가 얼마나 어떻게 자랐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색다른 시선으로 세상을 보는 젊은 작가들의 이야기가 매력적으로 느껴져서 요즘 젊은 작가들의 책을 일부러 찾아 읽습니다. <어떤 이는 갈색머리로 태어나고 어떤 이는 외롭게 태어난다>도 작가의 약력에 솔깃해서 집어든 책입니다. 타오 린은 1983년 생으로 '뉴욕의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소리를 듣는 시인이며 소설가이자 화가, 영화감독이라고 합니다. 대체 어떤 재능이 있기에 한가지도 하기 힘들 시인, 소설가, 화가, 영화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는걸까요. 일단은 그런 궁금증과 호기심으로 이 작가의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과연 얼마나 대단할지 만나봐야겠다는 마음을 갖고서....

 

권태로워 보이는 연인 아론과 앨리샤의 이야기 <조개인간의 진심>을 시작으로 아홉 편의 단편이 실려있습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공원을 배회하는 브라이언의 이야기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불면>, 수줍음 많고 우울한 자신의 모습을 싫어하며 다른 모습으로 변화하고 싶어하는 첼시의 이야기 <사스콰치>, 여자친구 크리스티에게 쌓인 불만을 다른 형태로 폭발시키는 그렉의 이야기 <세상에 존재하는 돈보다 더 많은 돈으로 사고파는 것, 사랑>, <사랑은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냉담한 신>에서는 사랑을 믿는 션은 친구에게 메리앤을 소개받기로 하고 메리안만을 생각하고 꿈꿉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작품은 <3일간의 크루즈>였는데 독선적인 아빠로 인해 상처받은 엄마, 매티와 폴이 아빠의 교도소 출소 후 크루즈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이 책에 대한 전체적인 인상은 허무함, 쓸쓸함이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와 비슷한지도 모르겠지만 '뉴욕의 무라카미 하루키'라는 표현은 그다지 와닿지 않습니다. 어쩌면 기대가 너무 컸기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타오 린과의 첫만남에서 큰 만족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단 한 권의 책으로 누군가를 판단하기는 어렵습니다. 그의 또 다른 책을 다시 한 번 읽은 후에 나와 맞는 작가인지 아닌지를 결정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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