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 - 도스또예프스끼의 삶과 예술을 찾아서
이병훈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1월

지금은 어디로 갔는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시절 우리 집 거실에 두꺼운 양장본으로 주르륵 꽂혀있던 도스또예프스끼 전집이 기억납니다. 깨알같이 작은 글씨로 되어있어 어린 내가 읽기엔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어린 마음에도 이렇게 많은 책을 낸 도스또예프스끼라는 작가가 대단한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을 들게했습니다. 그 후로 도스또예프스끼의 명성을 많이 접하게 되었지만 읽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에 덥썩 읽지 못하다가 고전의 대명사인 도스또예프스끼를 읽게 된건 한참의 세월이 흐른 후의 일이었습니다. 조금 어렵긴했지만 역시 고전이구나 하는 감탄이 나왔습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서 두루 만날 수 있는 <아름다움이 세상을 구원할 것이다>가 눈에 확 띄었습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생애를 들여다보고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면 그의 작품을 좀 더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도스또예프스끼의 출생부터 죽음에 이르기까지 그의 생애와 함께 그때 그때 시기에 쓰여진 작품을 다양한 시각으로 풀어낸 설명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도스또예프스끼가 살았던 곳과 작품의 삽화들의 사진이 다양하게 실려있어서 지루하지 않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사진을 들여다 보면서 이 곳에서 도스또예프스끼가 고뇌하고 작품도 쓰고 했구나하는 생각을 하면서 보니 사진들이 예사롭지 않게 보였습니다.

가난한 집에서 의사인 엄격한 아버지에게 태어난 도스또예프스끼는 아버지의 강압으로 형과 함께 공병학교에 입학하게 됩니다. 학교를 졸업하고 장교로 임관하면 먹고사는데 큰 문제가 없을거라는 아버지의 생각으로 입학하게 되었지만 문학적인 도스또예프스끼에게는 잘못된 선택이었습니다. 작가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장교 일을 그만두고 첫 작품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발표했습니다. 이 작품으로 대단한 성공을 거두지만 이념 문제로 체포되어 수감됩니다. 수형 생활과 유형 생활을 거치면서 도스또예프스끼의 몸과 마음은 많이 다치게 되고 간질 발작도 악화됩니다. <죄와 벌>, <악령>, <까라마조프 씨네 형제들> 등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을 차근 차근 만날 수 있습니다.

도스또예프스끼가 평생을 가난하게 살았다고만 알았는데 도박에 빠졌다는건 이 책을 보고 처음 알았습니다. 도박 빚과 생활고 때문에 평생을 쫓기듯이 작품을 썼고 시간에 쫓겨 퇴고를 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는 얘기는 놀라웠습니다. 퇴고도 하지 못하고 쫓기듯이 작품을 썼는데 그런 대작을 많이 남겼다니 놀랍기만 합니다. 이 책으로 도스또예프스끼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조금 더 이해하게 됐으니 본격적으로 도스또예프스끼의 작품을 만나봐야겠습니다. 예전보다는 조금 더 작품을 이해하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