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러진 화살 - 대한민국 사법부를 향해 석궁을 쏘다 우리시대의 논리 12
서형 지음 / 후마니타스 / 201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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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영화 '도가니'로 인해 사회적인 파장이 크게 일었습니다. 영화는 보지 못했고 예전에 소설로만 접했었는데 소설을 읽으며 대한민국 하늘 아래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게 정말 사실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분노를 수많은 사람들이 영화 '도가니'를 보면서 느꼈고 그 여파는 실로 컸습니다. 인화학교는 폐쇄되고 관련 인물은 구속되는 등 덮어졌던 범죄가 여론으로 인해 세상 밖으로 드러나고 처벌까지 이르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석궁 테러 사건'이 영화화됐다는 소식이 들려옵니다. 관객도 꾸준하게 들고 있다고 하는데 영화 '도가니' 만큼의 파장이 일까 법원 당국이 긴장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들이 찔리는 부분이 전혀 없다면 사회적인 이슈가 된다고해도 불안해할 이유가 전혀 없을텐데 말이죠.

 

당시 뉴스에서는 법원 판결에 불만을 품은 대학교수가 석궁을 들고 판사의 집 앞에서 판사를 향해 석궁을 쏘았다는 단편적이고 왜곡된 사실만이 방송됐었습니다. 그 뉴스만을 봤을땐 다혈질의 막무가내 성격을 가진 사람이 폭력을 휘둘렀구나, 그런 성격을 가졌으니 법원에서 불리한 판결을 받았겠지 하면서 넘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사건은 당시 보도됐던것처럼 단순하고 폭력적이기만 했던 사건이 아니었습니다. 르포 작가 서형이 쓴 <부러진 화살>을 읽으면서 사건의 진실에 조금 다가가게 됐습니다.

 

르포 작가 서형은 우리 나라 3대 권력 기관인 청와대, 국회, 대법원 앞의 일인 시위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하면서 '석궁 테러 사건'인 김명호 교수 사건을 만나게 됐다고 합니다. 김명호 교수의 7차 공판을 보게 되면서 이상한 재판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피고인인 김명호 교수의 태도가 얼마나 불량스러웠는지 '재판장님'이라는 호칭 대신에 '김용호 씨'라고 불렀고 '법을 안 지키는 사법부에 대해 정면으로 도전한 겁니다'라는 말까지 했다고 합니다. 재판장은 변호인의 신문을 가로막았고 증인으로 나온 박홍우 판사도 말이 왔다 갔다 했으며 검사는 피고인에 대해서는 경멸하는 태도가 역력한 반면, 증인 박홍우 판사에게는 매우 깍듯하게 대하는 등 이상한 공판이었다고 합니다. 이 공판을 본 충격으로 작가 서형은 이 사건에 2년 여를 매달렸고 한 권의 책으로 나오게 되어 내 앞에 놓여져있습니다.

 

이 책이 좋은 점은 객관성을 충분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김명호 교수의 편만을 드는것이 아니고 객관적인 사실을 하나 하나 들어가며 사건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한 개인이 거대 권력과 승산이 없는 싸움을 벌이는 모습은 그저 놀라웠습니다. 주위 사람들을 불편하게 만들정도로 타협할 줄 모르고 외고집인 김 교수의 모습이 읽는 내게도 불편하게 느껴지곤 했지만 그런 성격이 아니었다면 이런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같은 일을 벌이진 않았겠구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법원이라는 권력이 어떻게 개인의 삶을 망칠 수 있는지 새삼스럽게 생각해봅니다. 김 교수가 그렇게도 외쳤던 '제발 법대로만 해달라'는 말이 지켜지는 세상이 왔으면 좋겠습니다.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만 유리한 '법대로'가 지켜지고 있으니 힘 없는 사람들은 참 살기 힘든 세상입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의 제공 도서를 읽고 진솔하게 작성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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