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을 만든 여자

왕을 만든 여자 1
신봉승 지음 / 다산책방 / 2012년 1월

역사 관련 서적을 읽다보면 권력의 무서움에 대해 새삼스레 드는 생각이 많아집니다. 왕좌를 위해 친족의 목숨을 빼앗는 일도 왕왕 생기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당파 싸움을 이용해서 무수한 선비들의 목숨을 빼앗기도 하고 자신의 뒤를 이을 세자의 목숨까지 빼앗는 일도 있는걸 보면 권력이 뭐기에 이렇게까지 하는건가 하는 마음이 듭니다. 권력을 가져본 적 없는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냥 욕심 부리지 말고 서로서로 사이좋게 지내면 좋을텐데 말이죠. 하지만 그런 일이 불가능하기에 세계 곳곳에서 권력을 갖기 위한, 힘을 갖기 위한 크고 작은 다툼이 벌어지는거겠지요. 권력이 그렇게도 좋은가 봅니다. 권력을 얻기 위해 치열한 싸움을 벌이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나도 권력의 맛을 보면 달라지게 될까요....

훗날 인수대비로 불리게 되는 수양대군의 맏며느리 한씨는 학문이 깊고 시대를 보는 안목이 뛰어난 여인입니다. 짧은 재위를 마치고 죽음을 맞이한 문종의 뒤를 이어 어린 단종이 즉위하자 갈 곳 잃은 권력을 잡기 위해 수양대군과 안평대군의 세력으로 나뉜 조정은 살얼음판 같습니다. 한명회와 힘을 합한 수양대군은 안평대군의 세력을 몰아내고 결국 조카인 단종도 유배시키고 왕의 자리에 오릅니다. 한씨는 하루아침에 대군 댁 맏며느리에서 세자빈에 오르게 되지만 세자가 일찍 죽자 중전의 자리에 오르지 못하고 사가로 나가게 됩니다. 중전의 자리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대비는 되어 볼 생각을 가진 한씨는 그 뜻을 이루기 위해 조용히 준비를 합니다. <왕을 만든 여자> 1권에서는 수양대군이 왕위에 올라 세조가 되기까지의 과정이 상세하게 실려 있습니다.

2권은 이야기의 진행이 빠릅니다. 세조의 작은 아들 예종이 보위에 오르지만 얼마지나지 않아 짧은 생을 마치게 되고 한씨의 작은 아들 잘산군이 보위를 이어받아 즉위하게 됩니다. 그가 바로 성종입니다. 중전은 되지 못했지만 대비는 되어볼 생각이라고 말했던 한씨의 바람이 드디어 이루어지게 됩니다. 그녀는 인수대비가 되었습니다. 남편을 일찍 여의고 혼자의 몸으로 세 아이를 키워 아들을 왕으로 만들었으니 대단하다하겠습니다. 하지만 태평성대를 이룬 성종이 승하하고 연산군이 보위에 오르자 인수대비의 평온했던 날도 끝나게 됩니다. 연산군은 자신의 친모를 폐서인 시키고 사약을 내리는데 관련한 사람들에게 마구잡이 보복을 합니다. 어린 시절 자신을 엄하게만 대했던 할머니 인수대비에게도 복수의 날을 세웁니다. 훌륭한 성군이 되길 바랬던 손자가 폭군이 되어버린 모습을 보면서 인수대비는 한 많은 인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1권에 비해 2권은 이야기가 빠르게 진행되어 속도감 있게 읽히지만 세세하게 다루지 않았다는 아쉬움은 남았습니다. <왕을 만든 여자>라는 제목에서 인수대비를 중심에 두고 이야기가 진행될거라 기대했는데 뜻밖에 인수대비의 비중이 그리 크게 다뤄지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단종, 세조, 예종, 성종, 연산군에 이르기까지의 조선왕조실록을 두루 다루고 있다고 보는게 좋을듯 싶습니다. 말 그대로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던 여인, 궁궐 내명부의 예의 범절을 다룬 '내훈'을 편찬하는 등의 업적을 남겼던 여인, 조선 시대 여인의 한계를 넘는 활약을 보였던 여인 인수대비를 다시 한번 만나는 뜻깊은 시간이었습니다.

- 본 서평은 출판사의 제공 도서를 읽고 진솔하게 작성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