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명관의 작품을 믿는 이유

나의 삼촌 브루스 리 1
천명관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2년 1월

천명관 작가의 작품을 읽는데는 주저함이 없습니다. 가장 큰 이유는 일단 그의 작품은 재미있습니다. 많은 작품을 내지는 않았지만 <유쾌한 하녀 마리사>, <고래>, <고령화 가족> 까지 개성 넘치는 등장인물과 흡인력 있는 이야기 전개로 소설 속에 흠뻑 빠지게 됩니다. 때로는 우리에게 익숙한 이웃 같은 등장인물로, 때로는 상상 속에 나오는 그로테스크하고 신화적인 느낌의 등장인물로 이야기 속으로 읽는 이를 잡아끕니다. 이전 작품을 읽고 작가에 대한 믿음이 생겼기에 천명관 작가의 신작 소식은 반갑고 또 반가웠습니다. 기쁜 마음으로 첫 장을 넘기니 아니나 다를까 마지막 장까지 도달할 때까지 손에 놓을 수 없게 만듭니다.

상구는 새벽마다 이소룡의 절권을 연마하며 이소룡을 추앙하는 삼촌을 따라 다니며 이소룡의 영화를 섭렵합니다. 상구의 삼촌은 상구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어느 날 상구네 집에 왔습니다. 할아버지의 숨겨 놓은 아들이었는데 어머니는 재가를 하고 외할머니와 살다가 외할머니가 돌아가시자 상구네 집으로 찾아오게 됐는데 다행히 할머니가 받아들여줘서 상구네 가족과 살게됩니다. 서자라는 운명을 짊어진 삼촌은 말을 더듬고 묵묵히 집안 농사를 돕습니다. 조용하고 나서는 법 없는 삼촌이 이소룡의 영화를 보고 나오는길에 동네 건달인 도치와 싸움을 하게 되고 날렵한 몸놀림으로 도치를 눕혀 주목을 받게 됩니다.

여자친구 오순이 임신했다는 고백을 하지만 삼촌은 결혼을 당장 할 수 없다고 말하고 오순은 삼촌과 자신의 엽차에 독극물을 탑니다. 독극물이 든 엽차를 마신 오순과 삼촌은 다방에서 쓰러지고 동네 건달들과 일이 꼬이면서 쓰러진 오순을 병원에 데려다 주고 삼촌은 마을을 떠나 서울에 가게됩니다. 중국집 배달원으로 일하면서 자리를 잡아가던 삼촌은 홍콩에서 이소룡의 대역을 뽑는 오디션이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밀항선을 타지만 오디션을 보진 못합니다. 다시 고향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던 삼촌은 어처구니 없게 삼청교육대에 끌려가고 삼촌의 인생은 이상하게 꼬여갑니다.

처음엔 웃음이 나기도 했던 이야기가 점점 무거워집니다. 삼촌의 인생이 점점 무거워져가기 때문이지요. 70년대, 80년대의 사회 문제를 삼촌의 인생을 통해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삼청교육대 이야기는 읽기가 버거울 정도로 무섭고 잔혹했습니다. 정말 그런 일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였고 그 시절엔 그럴수 있었다는게 새삼 무섭게 느껴집니다. 삼촌의 인생은 그 후로 어떻게 됐을지 너무 궁금합니다. 마침 오늘 인터넷 서점에서 검색을 해보니 <나의 삼촌 브루스 리> 2권이 나왔길래 냉큼 주문했습니다. 주말쯤에나 받아 볼 수 있을것 같은데 기다려집니다. 삼촌과 상구의 인생이 어떻게 흘러나갈지 어서 만나보고 싶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