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진실

모자 씌우기 1
오동선 지음 / 모아북스 / 2011년 11월

예전에 김진명님의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라는 소설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핵물리학자 이휘소 박사의 죽음과 우리나라의 핵무기 개발 사이에 연관관계를 흥미롭게 그리고 있어서 놀랍고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벌써 20여 년 전의 일입니다. 그 책의 저자인 김진명님이 <모자 씌우기>에 쓰신 추천사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나는 그간 수많은 책의 추천사를 부탁 받았지만 단 한 번도 써 준 적이 없었다. 그러나 첫 페이지를 넘긴 바로 그 때부터 단 한순간도 책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마지막 페이지까지 앉은 자리에서 그대로 독파하고 말았다." 얼마나 재미있고 놀라운 이야기길래 이런 추천사를 쓰셨을까 하는 생각에 <모자 씌우기>에 관심이 더욱 생겼습니다.

북한과 휴전 상태인 우리나라에서는 핵무기에 관련해서 예민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핵무기를 미국 등 몇 나라가 독점하고 싶어하는것도 생각해보면 어처구니 없는 일입니다. 모든 나라가 핵무기 보유를 하지 말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나는 되지만 너는 안된다는 그 오만함에는 절로 인상이 찌푸려집니다. 또 북한은 종종 핵실험을 협상의 무기로 들고 나오기도 하니 이래저래 핵무기는 우리나라에서는 예민한 문제일 수 밖에 없습니다. 가끔은 우리나라가 핵무기를 만들 기술력을 갖고 있고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 봅니다. 그 일이 우리나라에 도움이 될지 어떨지는 뒤로하고 그런 힘이 있으면 좋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기도 합니다.

소설은 12.12 사태를 그리면서 시작됩니다. 미국의 승인하에 쿠데타를 성공시킨 전두환 정권은 미국 정권에 많은것을 내줄 수 밖에 없습니다. 전두환 정권 시절에 의문의 죽음을 당한 핵 과학자 민일용 박사의 아들 민태준도 아버지와 같은 핵물리학자의 길을 걷고 있습니다. 민태준은 미국의 연구소에서 근무하다 극비리에 귀국해 비밀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됩니다. 극비리에 참여한 실험의 비밀이 외부로 새어나가고 그들의 비밀 프로젝트 커다란 암초를 만나게 됩니다. 민태준은 교통사고로 죽은 줄로만 알았던 아버지 민일용 박사의 죽음에 숨겨진 비밀이 있음을 알게되고 조금씩 진실에 다가갑니다.

미국 정부는 끊임없이 우리나라를 감시하고 민태준 박사 일행은 미국 정부와 CIA의 감시망을 뚫고서 다시 핵실험을 하려고 합니다. 이야기는 민태준 박사팀과 미국 CIA 간의 정보 전쟁과 숨막히는 각축전이 펼쳐집니다. 미국 CIA측은 더이상 지켜볼 수 없다고 생각하고 킬러를 한국에 보내서 국정원의 한 남자가 킬러에 의해 제거되기도 합니다. 자신의 목숨을 걸고 핵실험을 강행하는 민태준 박사는 실험을 완수할 수 있을지, 아버지 민일용 박사의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낼 수 있을지 이야기는 숨가쁘게 진행됩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니 과연 어디까지가 진실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저자는 앞머리에서 큰 틀의 대부분이 진실이고 그것에 살을 붙였을 따름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이 소설 속의 일들이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말인데 놀랍고 놀라운 일입니다. 평범한 나는 상상하기도 힘든 일이 벌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적이 있긴하지만 정말 이런 엄청난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걸까요. 머릿속을 가득채운 진실공방은 결론을 내릴 수 없지만 우리나라가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 스스로의 힘으로 스스로 서야 한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결론내릴 수 있었습니다. 어느 누구에게도 의존하지 않는 그런 힘을 길러야 한다는 것만은 절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