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 천년의 역사

로마 - 上 - 신화적 상상력으로 재현한 천 년의 드라마
스티븐 세일러 지음, 박웅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2년 1월

어려운 역사를 소설로 읽는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입니다. 역사에 대해 흥미를 갖게 만들기도 좋고 조금은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허구와 사실이 섞여 있으면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알기 어렵긴하지만 역사 입문서로 역사 소설은 제법 괜찮습니다. 천 년의 역사를 가진 로마제국을 400페이지 정도되는 두 권의 소설로 만날 수 있다는건 귀가 솔깃한 이야기입니다. 로마의 역사를 알고 싶다는 생각은 있었지만 생소한 이름들과 어마어마한 분량 앞에서 무릎을 꿇을 수 밖에 없었는데 천 년의 역사를 단 두 권의 소설로 아우를수 있다니 이 책을 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두 권의 책에 꼭 꼭 압축해 넣어놓은 로마의 역사를 만날거란 기대로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이 책의 작가 스티븐 세일러는 역사와 그리스-로마 고전을 전공하고 히스토리 채널에 전문가로 출연하기도 하며 로마에 빠져 살았다고 합니다. <로마 서브 로사>라는 단편 추리소설을 잡지에 연재하면서 일약 스타 작가로 발돋움 했는데 <로마 서브 로사>는 18년 동안 총 10권이 출간되었다니 대단한 일입니다. 우리나라에도 이 책이 소개되어 있는데 1, 2권을 아주 흥미롭게 읽었고 나머지 책도 읽어봐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스티븐 세일러는 로마에 홀릭하는 작가라는 생각이 듭니다. <로마 서브 로사>, <로마>, <제국> 까지 로마에 관한 책을 계속 내는걸 보니 말이죠.

<로마>는 B.C. 1000년에서 B.C. 1년까지 1000년의 로마 역사를 담고 있습니다. 아직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 로마의 일곱 언덕에서 소금 장사의 우두머리인 라르트가 남근 형상의 신 ‘파스키누스’의 계시를 받아 자신의 딸 라라를 금속 기술자인 타르케티오스와 동침하게 합니다.  그 후로 '파스키누스' 형상으로 호신부가 만들어져 라라의 자손들에게 대대로 전수됩니다. 다음에는 최초 신 ‘헤라클라스’를 만나게 됩니다. B.C. 510년 경 왕정이 무너지고 공화정으로의 전환과 계급갈등의 심화가 다뤄지고, B.C.450년경 최초의 성문법 ‘12표법’의 제정도 등장합니다.  포에니 전쟁 발발과 그라쿠스 형제의 개혁운동, 술라 독재 시대를 거쳐 카이사르의 죽음까지 로마 천 년의 역사가 쉴새 없이 흘러갑니다.

빈약한 로마 역사의 상식 때문인지 두 권의 책을 읽어내기가 버거웠습니다. 천 년의 역사를 뚝 뚝 잘라내서 적어놓은 것처럼 머릿 속에서 이야기가 연결되지 않고 토막토막 떨어져 떠다니고 있습니다. 이 조각들을 로마 역사에 대한 지식으로 연결해서 하나의 멋진 그림으로 만들 수 있었다면 좋았으련만 내 능력이 아직 거기까지 도달하진 못해서 아쉬웠습니다. 천 년의 로마 역사를 살짝 맛보는 것으로 이번에는 만족해야겠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시오노 나나미의 <로마인 이야기>를 완독한 후에 이 책을 다시 읽어보고 싶습니다. 그렇게하면 지금처럼 머릿속에 조각들이 둥둥 떠다니지 않고 한 장의 그림으로 완성시킬 수 있을것 같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