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가락 - 신은 그들의 손가락에 위대한 수갑을 채웠다
사토 다카코 지음, 이기웅 옮김 / 예담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일본 미스터리는 무척 좋아해서 국내 출간되는 거의 모든 작품을 챙겨 읽지만 일반 소설은 그리 좋아하지 않는편입니다. 칼칼하고 감칠맛 나는 한식을 닮은 우리 소설과는 달리 밍밍하고 심심한 맛의 일식을 닮은 일본 소설은 내 취향이 아닌가보다 생각합니다. 하지만 몇 몇 작가의 작품은 아주 재미있게 읽었고 그 작가의 작품은 찾아 읽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가 사토 다카코도 그런 일본 작가 중의 한 명입니다. <한 순간 바람이 되어라>를 읽고 그만 반해버렸기 때문이지요. 사토 다카코 작가와의 만남이 워낙 좋았기때문인지 그 후로 읽은 책은 첫만남처럼 나를 흥분시키진 못했습니다. 사토 다카코의 새로운 책이 나왔다는 소식에 첫만남을 뛰어 넘을 작품이 아닐까 하는 기대로 <신의 손가락>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소매치기 현행범으로 1년 2개월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나온 쓰지 마키오는 가족처럼 지내는 소다 어머니의 마중을 받습니다. 어릴적부터 함께 자란 소다 사키가 오지 않아 살짝 서운하기도 했지만 쓰지는 내색하지 않습니다. 소다 어머니와 쓰지는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전철에서 어머니의 지갑을 소매치기 당하고 맙니다. 눈앞에서 어머니의 지갑을 소매치기 당한 쓰지는 범인의 뒤를 쫓다가 범인에게 팔을 꺾이고 부상을 당해 길가에 쓰러집니다. 그런 쓰지를 구해준 사람이 히루마입니다. 히루마는 '마르체라'라 불리는 카드 점성술사입니다. 히루마는 병원이나 경찰은 싫다는 말을 남기고 기절해버린 쓰지를 자신의 집으로 데려가서 치료를 받게 해줍니다.

 

밀린 집세를 내지 못하는 히루마를 대신해서 쓰지가 집주인에게 집세를 건내고 둘은 뜻하지 않은 동거를 하게 됩니다. 전설적인 소매치기였던 할아버지에게 소매치기 기술을 배운 쓰지는 폭력을 쓰는 요즘 소매치기범들을 못마땅해합니다. 쓰지는 소다 어머니의 지갑을 빼앗고 자신을 그렇게 만든 팀으로 움직이는 소매치기 일당을 찾아나섭니다. 사법고시를 준비하다가 그만둔 히루마는 아버지와 변호사인 누나에게 잔소리를 듣지만 카드 점성술을 보는 일을 그만두지 않습니다. 히루마는 카드 점성술을 보러 온 손님중에 마음이 쓰이는 소녀를 만나게 됩니다. 그 소녀는 쓰지와 히루마와 어떤 접점을 갖고 있을지 이야기는 흥미진진해 집니다.

 

아쉽게도 <신의 손가락> 또한 사토 다카코와의 첫만남에서의 강렬함을 주지는 못했습니다. 하지만 쓰지, 히루마 두 청년의 생생한 캐릭터는 나름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소매치기 순간을 어찌나 세심하게 표현하고 있는지 정말 마음 한편에 쓰지처럼 소매치기도 예술이라는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소매치기는 엄연한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은근히 쓰지와 그 일당을 응원하게 되는걸 보면 소설에 대한 몰입도는 괜찮았나봅니다. 다음에는 사토 다카코와의 첫만남의 강렬함을 뛰어넘을 작품을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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